-
-
희망의 배신 - 화이트칼라의 꿈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 ㅣ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희망의 배신]은 [긍정의 배신]에서부터 [노동의 배신]으로 이어지는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며 만사를 올바로 해왔음에도 몰락한 화이트칼라의 현실은 내가 예상한 것 그 이상이였다. 무엇보다도, [노동의 배신]을 위해 3년에 걸쳐 워킹푸어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글을 쓴 그녀의 예상을 벗어난 수준이였다.
잠입취재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번에는 화이트칼라의 노동현실을 위해 처녀적의 성을 사용하여 이력서를 쓴다. 기업이 어떤식으로 사람을 이용하고 버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업에서 버림받은 화이트칼라들이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보게된다. 기업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즉 '미소를 짓고 정장을 입고 고분고분 순응하는' 버전이라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은 구직 그 자체가 전업일거리라는 것과 그리고 상상속에서나마 잠시 회사원이 되보는 수준이였다.
처음 그녀가 구직자들을 위한 신병 훈련소에서 본 여인이 떠오른다. 여성임원의 견본으로 삼아도 될 법한 여인이지만.. 벌써 9개월째 구직중인 그 모습으로 그녀 역시 변해가고 있었다. 고대의 지혜가 담긴 인성검사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재단하고, 경험과 기술이 아인 인성과 적합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바꾸고, 외모역시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단장하고.. 심지어 선문답 같은 '명로한 마음, 숙련된 기수, 건전한 정신, 강한 말'을 암송한다. 그러나 그녀는 어울릴법한 사람이 되지.. 그 직업을 갖은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이것이 화이트칼라의 슬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원하는대로 다 했지만.. 그래서 그 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되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밀려나고 마는..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더이상 모른다. 그저 습관적으로 또 다시 구인시장에서 누군가의 매뉴얼에 맞추어 움직이고 연습하고 단련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일 뿐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이렇게 하면 될꺼라는 희망만을 줄 뿐이라는.. [희망의 배신]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