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시아의 고아 ㅣ 아시아 문학선 4
우줘류 지음, 송승석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대만은 중일전쟁의 결과
맺어진 시모노세키조약으로 인해 일본에 할양되고 식민지배를 받기 시작한다. 한일합방보다 15년 먼저 체결된 조약으로 일본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던대만은 우리와 비슷한 듯 하지만 상당히 다른 면을
보인다. 대만의 역사적 배경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역사와 문화를 이룰 수 있는 정착민들이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만의 작가가 쓴
아시아의 고아를 읽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정서와 또 다른 느낌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 후티이밍은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표류하는 조각배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는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한학을 공부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그가 학문을 익히고자.. 또 자신이 배운 바를 펼치고자 찾아간 두 나라에서 그는 그저 어디서도 신용을얻을 수 없는 숙명적인 기형아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인이지만 일본의 국적을 갖고 있는 남자..
그래서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타이완인임을 밝히지 말라는 조언을받는다. 일본인 일수도 있고, 중국인 일수도 있는 티이밍이지만그렇기에
일본인 일수도 없고 중국인 일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유학 중에는 중국인 모임에
갔다가타이완인이라는 이유로 모욕을 받기도 하고, 중국에서 잠시 이룬 결혼과 정착생활의 끝도 그저
타이완이라는이유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만에서의 그의 삶은 평온했을까? 내대일여를 외치는 일본인들이지만 어디까지나 타이완인은 타이완인이었던 것이다.
티이밍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그 어디에서도신용을 얻을 수 없는 타이완사람들의 숙명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정체성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한걸음 떨어져 관망하고 싶은..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는 티이밍이지만 그의 삶은 역사의 풍랑에 휩쓸려 끊임없이 좌초한다.그래서일까? 그는 주위의 평가대로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이론가.. 관념의 탑에
갇힌 사람일 뿐이다.
다시 찾은 타이완에서
가혹한 수탈에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을 때 난 도리어 안타까웠다. 그는
새벽이 오기도 전에 암흑 속에서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고아로 상징되고 있지만.. 난 왠지 이 세상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무너트릴.. 자신의 현실에서 도약해낼 그런 힘을 꿈꾸지만..
그저 적당히 외면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읽는내내 그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막상 내가 그의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거 같아 더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