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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 사진가 14인의 매혹의 세계여행
정진국 지음 / 포토넷 / 2012년 9월
평점 :
사진가들이 떠난 세계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사진작가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아무때나 원하는 걸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였다. 무거운 장비가 필요했고 원판작업을 하느라 손끝이 까맣게 변하기도 했고 또 지금과는 다르게 부족한 기계를 보완하는 자신만의 방법들을 찾는 사람들이였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사진들은.. 그 사진이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뿐 아니라 그들의 피사체에 느꼈던 사랑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던 나도 들어본적이 있는 여행사진의 선구자 막심뒤캉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내 예상보다는 사진의 분량이 적고 그들의 인생과 그들의 사진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인터넷을 활용하여 사진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구글에 그들의 이름을 넣으면 나오는 수많은 사진들속에서 책에서 언급되는 이야기속의 사진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들의 작품에 빠져들어 책을 잠시 내려두고 사진에 빠져들기도 했다.

막심뒤캉의 오리엔탈 여행에 동반한 인물이 보바리 부인을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였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에게는 차라리 삽화를 넣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마담보바리라는 책에서 보여준 극단의 묘사력을 갖은 그가 막상 자신의 사진을 싫어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펠릭수 투르나숑은 거인호 선장으로 파리상공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지하의 '카다콤브'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물론 그의 전공은 초상사진이였지만.. 정말 저 높은곳에서.. 저 낮은곳까지.. 모든 공간속에서 자신의 시선을 남긴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산노동자와 그 자녀를 찍은 프랑수와 콜라르의 사진은 그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였고, 우월감이나 편견없이 진정으로 중국을 사랑한 존톰슨의 사진들은 마치 한편의 수묵화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전쟁에서 인간의 극단을 체험한 리밀러의 사진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구절에서는 어떤 차이를 느껴야 하는지 몰라 여러번 책장을 다시 넘기기도 했다.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폴스트랜드의 월스트리트라는 사진은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테일러리즘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과도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찰리채플린과 함께 매카시즘에 희생된 폴스트랜드는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때 그가 찍은 사진들은 흑백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진보다 다채로운 감정이 살아있다. 어쩌면 자신을 그 곳으로 떠밀려오게 만든 사진.. 월스트리트속의 모습처럼 변해갈 사람들.. 야금야금 사라져갈 모습들을 사진으로나마 남겨두고자 했던 그의 마음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