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사과를 사람에게 먹게 하기 위해서.. 그 사과의 효능이나 색.. 향기.. 맛.. 을 아무리 설명해줘봤자 소용이 없다. 그저 한입을 먹게 하면.. 그 맛이 마음에 들면 계속 먹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안먹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이 책은 철학이 갖고 있는 흥미로운 면들을 보여주고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철학 한 입이였다. 이 책은 철학자들에게 던져진 공통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철학은 무엇입니까?


책에 다루어진 다양한 이야기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펼쳐내던 학자들이지만 이 질문에 웃음으로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열심히 자신이 생각하는 철학을 이야기해주었고 나에게는 두가지 답이 인상적이였다. 하나는 누군가 나에게 철학에 대해서 질문한다면 이렇게 답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 "아주 철학적인 질문이군요~" 라는 것과.. 또 하나는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나에게 다가온 철학의 이미지를 잘 풀어서 설명해준 "사물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암시를 주는 학문"이라는 답이다. 왜냐하면 책을 읽고 나서.. 사물뿐 아니라 사람역시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윤리학, 정치학, 형이상학, 미학, 인생 한입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처음 목차만 보았을때는 따로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읽고 싶은 것을 먼저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과의 대화는 미학한입에 속해 있고 거의 후반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만 아니라 내가 관심있어하는 화제.. 앤 필립스에게 듣는 다문화주의, 키스 워드에게 듣는 동서양의 관념론, 콰메 앤터니 애피아에게 듣는 세계 시민주의등 이런 것들을 먼저 뽑아서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피터싱어에게 듣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 역시, 최근에 동물권에 대한 논쟁과 함께 관심이 가는 주제여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이 순간 이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전한 윤리적 원리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던 [웩] 반응에 대해서 먼저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피터싱어가 이야기하는 도덕적 채식주의자와 심미적 채식주의자를 이해하기 쉬었고.. 앤필립스가 설명해주는 문화 없는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기 편했다.

이 책은 시대를 읽고 고찰하는 25인의 철학자와의 15분간 대담 중 25가지를 골라 글로 옮긴 것이다. 철학하면 떠오르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즉 산파술이다. 그래서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철학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나에게는 낯설거나 난해하게 느껴지는 개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이젤 워버턴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대화를 통해 사고를 확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사람들이 흔히 갖게 될 반론이나 혼란스러움을 잘 집어 질문해 준다. 그리고 또 한명의 저자.. 관용에 대해 지금보다 조금 더 희외주의적인 사각을 가져야 한다는 웬디 브라운이 자신들의 질의에 관용을 베풀어 주었다는 식의 데이베드 에드먼즈의 유쾌한 시작도 재미있었다. 물론 휴멜러와 시간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입부는.. 휴멜러가 말하는 시제와 시간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10분안에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 오래간만에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9월 15일날 올라온 Tim Crane과의 철학한입이 올라와 있었다. Non-Existence라는 철학적 역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다음 책이 나오기전까지는 이 사이트에서 즐거운 한입을 기다려야 할듯..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