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상의 노래를 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마치 한편의 성경을 읽은 기분이랄까? 솔직히 그랬다. ^^;;

'켈스의 책'.. 즉 신앙의 표현이고 수행의 방법으로 글자를 장식하고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힌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장식된 천산 수도원의 벽서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믿음과 아름다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그 벽서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피비린내 나는 슬픈 역사의 흔적이기도 했다. 천산의 수도원은 헤브론 성이라고도 불린다. 그 곳은 일종의 피난처이자 도피처이기도 했다. 피의 복수를 피하고 자신이 앞으로 벌이게 될지도 모를 악행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그런 곳이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서로를 형제라 부르며 기도와 성경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을 찾아온 세명의 인물.. 후와 장 그리고 한정효는 스치듯 지나치기도 하고 보호하려 하기도 하고 또 마지막 뜻을 이어주기도 한다. 난 그 중에 한정효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그는 선그라스를 즐겨끼던.. 상대를 임자라고 부르던 전 대통령의 그림자이자 숭배자였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생각이 있고 그것을 말 할 입이 있다고 선언해버린 그는 그저 못쓰겠다고 선언된 도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그는 천산수도원에 감금되지만 수도사로 살아가는 그에게는 그 곳에서의 생활은 감금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의 과거와 그가 갖고 있던 지위때문에 천산 공동체에는 재난이 닥친다. 하늘집의 형제라 하고 헤브론성의 주민이라고 하고.. 그렇게 하늘에 걸쳐 있는 그들이지만 땅의 뜻은 그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재난을 막지 못했던.. 그래서 그 재난에 증인이 되어버린 장은 그 수도원이 다시 세상으로 드러나자 그 수도원에 숨겨져있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그는 죽음의 순간까지 그 짐을 홀로 지고 갈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수도원의 형제들은 도리어 홀가분하게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왜냐하면 역시나 수도원의 형제인 한정효와 후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형제들이 쉴곳을 마무리해주고 그 곳을 벽서로 꾸며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주님이 다시 오실 그 날을 기다릴 수 있도록..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 그들도 그 곳에 잠들었다. 암논과 압살론 그리고 다말의 딜레마의 빠져버린 후는 천산의 수도원에 떨어질 재난에서 쫓겨나지만 끝없는 방황속으로 빠져든다. 스스로 자신의 목표에 잠식되어버린 후와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을 한정효는 길 위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먼저 길위에 몸을 얹고 순례하던 한정효는 끝없이 성경구절을 적어나가는 후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예수님의 말씀을 의심하지 말라고.. 그 분이 무능한 것은 그 분의 능력이 땅의 법칙 저 너머에 있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이기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 분의 말씀이 굉장한 것이라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종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는 정말 관심이 많은 편이였다. 하지만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땅의 법칙에 얽매여서.. 그리고 세상을 이기는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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