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중에 한 구절인 '라 트라비아타'는 춘희를 원작으로 한 베르드의 오페라 작품이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베니스의 극장에서 오페라로 본적이 있기도 했고.. 마리아 칼라스의 음반을 지금도 즐겨 듣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것은 '라 트라비아타'의 뜻이 길을 잘 못 들어선 여자, 방황하는 여자 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는 길을 잘 못 들어선 여자들과 남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가해자일수도 있는 한 사람이 도리어 피해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공인 테쓰지는 다니던 은행이 합병이 되면서 창가의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종신고용을 자랑으로 여기는 일본의 기업에서.. 창가자리란 알아서 나가주길 바라는 무언의 표시이기도 하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성적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그와 다르게 그의 부인은 회사에서 인정받고 한편으로는 몸이 좋은 헬스코치와 바람까지 피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하는 그에게 부인은 펜딩이라는 단어로 답한다. Pending.. 즉 보류라는 뜻이다. 그의 삶은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보류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은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집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가 찾은 그 곳은 어머니가 사랑하던 바닷가마을.. 저 산 멀리 행복이 산다는 미와시.. 그리고 그 곳에서 미와시의 친절한 사람을 자처하는 여자.. 페코짱이라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수 밖에 없는 캐릭터와 닮은데다 그녀와 잠시라도 함께 한다면 행운이 따른다는 이야기가 있는 키미코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보류라고 말해지는 그의 상태를 다르게 이야기한다.

이 책의 원제는 風待ちの人 .. 순풍을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순풍을 기다리며 잠시 쉬고 있는 사람이 된 그는 그녀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도 치유받고 위로받을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푸르른 자연과 오감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내내 꺼림칙한 것은 엄연히 불륜이라는 것이다. ㅎ 키미코는 마흔 가까이 살아오면서 아주 짧은 여름 한철.. 그 순간만이라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여름동안이라는 말과 자신은 친절한 사람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나에게는 참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너무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이.. 마땅치 않았다고 할까? 그래서 읽는 내내 입맛이 쓴 소설이였다. 생각해보면 불륜을 다룬 다른 작품들을 전혀 접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이 책에 거부감을 갖었을까? 아마도 너무 두 사람의 감정을 순수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평화롭게 정말 아이처럼 그리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두 사람은 아이같은 순수함을 당연하게 넘어선다. -ㅅ- 어쩌면 그런 부분이 나에게 더 거부감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입장만 잊고 읽을수 있었다면 난 아마 이 책을 사랑했을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나 결혼이라는 사회적 약속에 집착했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나 역시 이 책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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