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연쇄 독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
김이경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면 그 작가에 빠져들거나 아니면 그 책이 다룬 주제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혹은 깊이 있게 보기 위해 다른 책을 찾아들게 된다. 그런 과정을 연쇄독서라고 하고 1년여의 시간동안 그 과정을 기록해온 책이 바로 마녀의 연쇄독서이다. 약간 다르게 느껴진것은.. 적극적인 연쇄반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책이 책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유태인학살이나 재일일본인의 이야기 그리고 자유죽음을 이야기하는 장 아메리의 책을 통해 스스로 너무 죽음을 주제로 한 책에 빠져들었다 싶으면 생명에 대한 책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사라진 언어와 언어생태학에 대한 탐구를 하다 조선시대에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힌 허난설헌과 서얼이라는 벽을 넘을수 없었던 이언진 이 두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떠난다. 또한 성의 다양성에 대한 연쇄가 고엽제와 유전자조작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 가독력이 떨어지는 번역에 읽기를 포기하고 다른 연쇄를 찾아떠나기도 한다. 연쇄반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미노처럼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상당히 주체적이고 다양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연쇄독서를 따라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였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는 DVD로 시작되어 엠마를 읽기 시작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엠마에게서 자꾸 자신의 모습이 느껴지며 다른 엠마를 찾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마담보바리이다. 보바리부인의 이름이 엠마이다. ^^; 나도 마담보바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책은 차라리 영화로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장황한 묘사가 이어지곤 했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나서 저자와 다르게 잘 못읽었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잘 못 골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 다음으로 이어진 감정교육, 플로베르 평전을 읽을 기회도 그리고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접할 기회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 이상하게도 난 책을 다 읽고나서 두번째 연쇄였던 플로베르의 앵무새의 한구절이 다시 생각났다. 책은 책이고 독서는 독서일뿐.. 삶이 아니라고 하던 그 이야기에 그녀가 했던 답..


잘 쓰지도 잘 읽지도 못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는 것. 나는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1년여동안 참 열심히 보여준 책이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원래 살던 정글에서는 사라져버린.. 아니 인간 중심의 잘못된 사랑에 강제로 습하고 추운 영국에 남겨져버린 스픽스의 앵무새의 이야기와 진화론과 생태학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 진화의 무지개와 자신의 생을 발굴하는 아이슬리의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약간은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읽던 지금의 습관을 조금 고쳐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연쇄과정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마녀의 연쇄 독서 MAP]이지만 이상하게 A4용지에 프린트되어 왔다. 부록으로 잘 꾸며서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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