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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슬픔 ㅣ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평점 :
전투기의 폭격으로 한 도시가 사라지기도 한다. 책에서도 사람들마다 머리에 불을 얹고 뛰쳐나왔다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하지만 실제로 전투기를 조정하는 비행사보다 대인살상을 수행하는 병사들이 더 큰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인명을 더 많이 앗아간것은 전투기 조정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람과 부딪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공간에.. 탁자를 앞에 두고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은 어떤 느낌일까? 그들에게는 조국독립이고 민족해방이고 그런 신성한 단어로 포장될 전쟁.. 그 전쟁에서 서로를 죽고 죽여야 했던 끼엔의 이야기가 바로 전쟁의 슬픔이다. .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는 짧은 전쟁도 족히 천 년을 지고 갈 깊은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았기에 그 고통을 온몸으로 감수해야 했다. 전쟁속에서 사라져간 자신의 청춘, 이미 지나가버린 자신의 삶.. 전쟁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일뿐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그의 영혼은 전쟁의 시간속에 붙박여 있을 뿐이였다. 그는 전사자들의 유해발굴단으로 활동하면서 비로서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항미전사로서의 신성하고 고통스러움을 말하는 것.. 그 마지막 사명이 그의 유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전쟁으로 잃어버린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의 사랑.. 그래서 이 책이 때로는 사랑의 숙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한 것이다. 끼엔에게는 딱 두번의 사랑만이 존재한다. 전쟁이 일어나기전 그와 프엉의 사랑, 그리고 전쟁 이후의 다른 사랑.. 그것은 바로 그와 그녀의 사랑이다. 두번의 사랑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그 독백이 너무나 슬펐다. 전쟁이 시작될 무렵.. 세 가지 준비, 세 가지 의무, 세 가지 미루어야 할 일등 수많은 캠페인 애국주의적 열정이 넘쳐흐르던 시절.. 미루어야 할 세가지는 바로 사랑.. 결혼.. 임신이였다. 그리고 준비해야 할 세가지는 전쟁, 입대, 복종이였다. 끼엔은 사랑을 미루고.. 전쟁을 준비한다. 물론 전쟁터를 나간 남성을 대신해 여성이 갖어야 할 세 가지 의무가 있었지만.. 10년의 세월은 너무나 길었고.. 그 세월동안 두 사람은 서로가 어떻게 지냈는지 말하기조차 꺼릴 정도로 변해있었다.
승리의 날.. 사이공의 4월 30일의 광경은 웃음과 환호성, 꽃과 깃발, 그리고 행복과 환희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영화속의 장면이였다. 전쟁을 수행한 이들에게는 평화는 그저 당혹스러움이였고 고통이였고.. 인간애라는 단어에도 다시금 전쟁의 기억으로 빨려들어가곤 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든..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든.. 전쟁의 과거, 현재, 미래.. 그 무엇도 인간을 위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