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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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은 조정래님이 1970년대 후반에 발펴한 8개의 작품을 묶은 책입니다. 그 중에 외면하는 벽이라는 단편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외면하는 벽이 이 책속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외면하는 벽이란.. 우리나라에 새로 등장하게 된 주거방식 아파트라는 공동체 생활이.. 어떻게 보면 벽하나를 두고 사는 이웃사촌일수도 있겠지만.. 그 벽하나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과 함께 살아가던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외면하는 벽인것이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외면하게 되는..
책을 읽으며 내내 작가가 표현해내는 상황에 공감하게 되었는데요.. 사상범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외딴 섬에 동굴로 된 감옥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에서는 작은 창문하나 없고 벽돌로 쌓은 흔적하나 없이 매끈한 돌벽을 보며 그가 느끼는 좌절이 인상깊었습니다. 물론 그는 그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의 완벽한 세상과의 단절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요.
그리고 진화론을 읽으며 역설적인 진화를 보게 되었지요. 집을 나간 엄마를 찾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소년의 이야기였는데.. 그 소년이 아빠의 죽음앞에서.. 자신과 다른 가족들 얼굴에서는  따듯한 체온에 녹아내리는 하얀 눈이.. 싸늘하게 식은 아빠의 얼굴에 하얗게 쌓이는 것을 보며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는 장면과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살인까지 하는 소년의 모습에 이상하게 그의 아빠의 죽음과 오버랩 되는 느낌이였습니다.
 마술의 손은 매번 선거때마다 동네에 전기를 들어오게 해주겠다는 국회의원을 찍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의 이야기랍니다. 결국 그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그 공사와 동시에 TV를 팔려는 청년들이 나타나죠. 그리고 밥솥, 선풍기.. 각종 전자제품이 들어오지만 그 마을은 전지가 들어오지 않던 그 시절보다 도리어 사람간의 정도 온기도 사라져갑니다.
 역사에는 소수의 사람만 그 이름을 남길수 있지만.. 문학에는 그 시대를 살아간 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수 있다는걸..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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