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언어 - 탐나는 것들의 비밀 우리는 왜 어떻게 매혹되는가?
데얀 수딕 지음, 정지인 옮김 / 홍시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사물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아이러니하게 사물의 언어다. 원서제목 역시 The language of Thing이다. 하지만.. 나 역시 사물의 언어를 들어본적이 없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쇼핑을 하다보면 날 사~ 날 데려가~ 내가 너와 함께있으면 널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줄꺼야~ 식의 뭔가 마법에 홀리는 듯한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ㅎ 바로 그 사물이 건내는 언어.. 예술과 조금은 구별되는.. 산업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예술은 언어를 창조한다면 디자인은 그 언어에 반응한다.'

 

사용되는 것과 소비되는 것의 구별을 없애고 사용되는 것 역시 소비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자인이라고 한다. 과잉생산의 시대.. 즉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알고리즘이 아닐까 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동차나 타자기같이 한번 구입하면 오래동안 사용하던 것들을 식료품이나 생필품과 같은 소비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멀쩡히 잘 타던 차를 남편과 여행을 다녀오다 본 옆모습의 라인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 차로 바꾼 적이 있다.  그저 옆모습에 나있는 선이 차가 달리는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바꿨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니 도로사정도 내 운전습관에도 맞지 않아서 투덜거리고 말았다. 대학교 입학하고 처음 아빠가 차을 사준 이후로 여러번 차를 바꾸게 되었는데.. 고장이 났거나 더이상 사용이 불가능 해서가 아니라 더 예쁜 것.. 색감과 디자인이 끌려서 바꾼 경우였다. 이 책에서도 처음에 노트북을 바꾸는 과정에서 검은색이 주는 전문적인 느낌에 끌려하며 구입을 했지만 박스를 뜯자마자 콘센트등이 흰색이라 통일감이 느껴지지 않자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이야기에 절대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할까?

 

'우리 모두가 소비를 통해 대공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의무'

80년대 진 어니스트 엘모 컬킨스라는 사람이 지적한 이야기를 나 역시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ㅎ 어쨋든 날 쉽게 흥분시키고 내 지갑을 열게 하는 디자인의 역사를 먼저 읽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한번 구입하면 평생쓰고 싶은 디자인으로 시작되었다면 지금은 몇개월이면 구형으로 밀려나는 버리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를 마치 거위에 비교하는데 강제로 막 먹여서 살을 찌운 거위는.. 먹을게 다가오면 두려움을 느끼지만.. 현대인들은 물건을 구입하고 쌓아놓는 데도 그 두려움 마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집만 돌아봐도 이뻐서 재미있어서 신기해서 귀여워서 혹은 내 스타일(?)이여서 혹은 한정판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구입해서 쌓여있는 물건들이 많다.

 

 산업디자인의 역사와 또 다양한 사진자료등이 첨부되어 있어서 어쩌면 산업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실용서가 될 수 있겠지만 나같은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에세이를 읽는 듯 해서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왜 그렇게 쇼퍼홀릭인지에 대한.. 소비의 즐거움이 어디서 왔는지.. 그 역사가 어떠했는지.. 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들은 날 어떻게 자극하는지에 대해 읽으며 난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나만 그럴까? 이 책을 쓴 저자의 에필로그 역시 '나는 여전히 디자인에 매혹된다'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