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 눈을 감고 길을 걷는 당신에게
유병률 지음 / 알투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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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제목부터 강렬한 이 책은 다행히 처음부터 제목의 비밀을 이야기해준다. 미국 서부오리건주에 있는 윌래밋밸리라는 지역에서 살던 원주민 부족의 이야기이다. 그 곳은 비옥했고 그 곳에서 살던 원주민은 말과 글을 갖고 있을 정도로 문명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만 되면 부족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원래 그렇게 사는 것... 이라며 그 곳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 것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쨋든 먹고 살만하지 않은가...' 미국의 경제사를 따라 책이 흘러가지만... 미국의 자본주의가 유럽의 그것과 다르게 아무런 배경과 투쟁과 합의 없이 결과물만 옮겨진 것과 같이 우리의 자본주의 역시 미국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우리의 역사와 겹쳐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
특히 미국이 제 2의 한국이라며 한국사회와 미국사회는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 다섯가지 측면에서 그 특성이 상당부분 같다. 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승자독식인데.. 사회진화론이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듯이 한국도 비슷한 논리가 쉽게 호응을 얻곤 한다. 사회진화론에서 이야기하는 적자생존의 논리는 다윈의 진화론과 조금의 거리가 있다. 모든 변화는 적합한 유전인자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이라는 자연선택이론이 다윈의 진화론에 핵심이였다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진화론은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반드시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이긴 최강자이며, 진화의 과정의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고 여기곤 한다. 그래서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고 그들이 갖고 있는 스펙이라도 따라가기 바쁘기만 한 현실이다.
과연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나오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에 대한 답을 저자는 창조공생에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창조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누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이나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열린 플랫폼을 통해 외부개발자와 사용자와 함께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것이나 일본의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인구과소화와 노령화로 쇠퇴한 나오시마를 문화의 섬으로 되살리는 과정을 보면 저자가 말하는 창조공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되는 지금엔 새로운 광장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큰 사람, 마이크를 든 사람, 완장을 찬 사람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뤄내던 변화를 이제는 첨단기술을 통해 다수의 평범한 시민이 더 빠르게, 더 은밀하게 이룰 수 있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할 수는 있어도 휴대전화를 뺏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25는 이런말을 했다고 한다. 이미 열려있는 광장에서 예전의 승자의 논리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수 있는 사람이 되면 바로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갈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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