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바로 [딸기를 으깨며] 이다. 약간은 속물스럽고 벼락부자의 티를 내는 연하남 '고'와 몸의 궁합이 잘 맞는다거 말고는 특별히 교감을 하지 못하는 '노리코'의 결혼생활을 그렸던 아주 사적인 시간. 특히 소유욕이 강하던 '고' 덕분에 답답해하던 '노리코'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던 시어머니의 죽음으로 살얼음같던 결혼생활에 본격적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었다. '고'가 부탁한 편지에 아내라는 표시와 함께 발신을 쓰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치 아내라는 역활을 연기하며 그것을 즐긴거 같다고 회상하던 것처럼... 겉만 화려하고 속빈강정같던 연극을 끝내고 돌아온 그녀의 다시 시작되는 독신생활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일지도... 그 속에서 바로 딸기를 으깨며라는 제목이 의미를 갖는다.

혼자의 생활로 되돌아온 그녀이기에 여유로운 아침에 가벼운 식사와 함께 차가운 우유를 듬뿍 부은 딸기를 으깨는 시간을 즐길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유와 작은 행복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된 그녀이기에 그녀가 만든 인형들도 전과 다르게 여유롭고 밝은 느낌을 갖게 된 것이겠지? 그렇다고 그녀가 결코 남자없이 홀로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은 '혼자 사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등장하는 '고'는 나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이라... 왜 저 남자를 놓쳤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하긴 했다. 물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서른다섯'이라며 자신을 찬미하고 자신의 생활을 축복하는 그녀의 말들이 마치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같아서 즐겁기도 했고... 중간중간 인용되는 BB(브리지트 바르도)의 말들 덕분에 나에게는 개고기를 반대하던 그 배우... 정도로 인식되던 BB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수도 있었다. 일본여성을 보면 특정배우의 삶에 빠져 그녀를 닮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역시 일본작가의 책이라 그런가 노리코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는것도 나름 재미이다.

독신으로 돌아온 그녀의 인생에 등장한 두명의 매력적인 여성은 직접 책을 보며 만나길 바라며 소개를 생략하고 싶다. '노리코'보다 좀 더 성숙하고 또 좀 더 오래 인생을 관조해온 그녀들을 통해 노리코는 다시 한번 성장하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죽겠지
그러니까 싸움은 하고 싶지 않아
저세상에서 만났을 때
아아, 안녕이라고 말하기 위해

노리코가 최고의 순간을 감탄할때 자주 쓰던 말... '저 세상에 가더라도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거야' 라는 이야기와 노리코가 우연히 만난 고와 전화통화를 하며 내내 생각난다며 불렀던 이 노래 덕분에... 누군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누군가의 죽음이 찾아오지만 그렇다고 슬픈 이야기는 아니였다.

 

여자로 태어나 행복했어, 행복했어, 행복했어!

 

이 책의 뒷면에 적혀있는 말처럼 행복했던... 이야기. 왜 다나베세이코가 여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지 알 수 있는지... 전에 두근두근우타코를 읽으며 찾아봤던 작가의 약력.... 에 따르면 28년 생이시고... 이 책은 2007년에 출판된 책이다. 그럼에도 누구라도 이 책을 읽을때면 쉽게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바로 지금 나 역시 차가운 우유에 딸기를 으깨먹으며 우정을 나눌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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