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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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이 등장했던 드라마 '선덕여왕'도 보지 못했고... 출간 이후 3,400여건 이상의 서평이 등록되며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던 작품도 읽지 못한채 '무삭제 개정판'으로 재탄생된 미실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특히 각주부분이 살아나서 나에게는 낯선 그 시대의 말들을 쉽게 이해하며 읽을수 있어서 좋았고... 꽉 짜여진 한편의 소설을 읽으며 분량문제로 덜어낸 것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미실을 만나게 된 것이 기뻤다. 특히 그녀의 어린시절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그녀가 어떻게 대지와 하나로 숨쉴수 있었는지... 그녀의 이름 미실이 왜 열매가 아닌 집이였던 것인지 알수 있었다. 여성... 특히 모성은 대지에 많이 비견될수 있기에 그녀의 매력을 넘어선 마력이 그저 타고난 교태나 미색에서 기인한것만은 아니였던것이다. 또한 붉은 앵두를 탐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침이 고일 정도로 그녀의 솔직한 탐욕에 빠져들게 되었다.

조금은 세밀하다 싶을정도의 정사장면에 대한 묘사와 분량이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혼자 책을 읽으면서 괜히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랄까... 이렇게까지 나와야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계보를 보며 열심히 따라갈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남녀관계는 근친상간을 넘어서 처음 소설에서 살짝 언급되었던 태초의 그 모습과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고대에는 순수혈통과 권력을 지키기위해 직계혈족간에 그런 모습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의 가치관에 비쳐 음탕하다거나 비난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렬한 도입부와 배경지식을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할수 있었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보다는 미실을 보려고 내내 신경쓰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고 나니 권력과 성에 대한 욕망에 솔직하고 한없이 자유로웠던 그녀의 모습이 도리어 현대의 여성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걸 다 갖고자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에 휘둘리지 않았던 그녀의 당당함... 또한 '색공지신'의 운명으로 태어나 그 임무에 끝까지 충실했고 또 진골과의 경쟁을 통해 그 운명마저 뛰어넘으려 했던 용기는 도리어 지금의 여성들이 놓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그녀가 책속에서 했던 말은... 내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었다.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느냐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래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 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저 사랑이라는 단어를 그 무엇으로도 바꿀수 있을것 같다. 살아가는 한... 무엇이든... 언제고 온다. 이런 자신감과 여유가 있었기에 그녀는 모든걸 다 움켜쥘수도 있었고 또 자유로울수도 있었던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당함을 내 안에 오롯이 담아낼수는 없겠지만 그 선명한 앵두빛을 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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