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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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사귀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부르는게 좋을까요?"
"안 되지, 얘야. 우리와 사귀고 싶어 죽을 지경인 사람들은 우리가 사귈 만한 사람들이 아니야. 우리가 사귈 만한 사람들은 오직 우리를 사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뿐이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이 책을 잘 표현한 삽화와 대화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대화속에서 사귀고 싶다를 갖고 싶다나 이루고싶다로.. 사람을 물건이나 지위등으로 대체해도 충분히 우리는 공감할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것에서 사람들은 열등감과 더 좋은것에 대한 열망 그리고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서 느껴지는 박탈감... 두려움... 그리고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속에는 불안과 지위 역활에 대해서 이야기한 많은 학자들을 만날수 있고... 유럽과 미국 역사의 흐름속에서 인간의 위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볼 수 있다. 사회속에서 사람에게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혹은 어떤 서열속에서의 위치뿐 아니라 성에 따라 나이에 따라 주어지는 사회적 역활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활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세분화되고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역활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는 어쩔땐 변검을 하는 중국배우처럼 수시로 자신의 역활을 바꾸어야 할때도 있다. 거기에서 오는 피로감과 그 역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다 근대사회에서는 지위를 얻는것도 잃는것도 참 어려운 일이였지만 능력주의 체제하의 현대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불안함을 감출수 없는지도...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불안정하게 살아갈수는 없으니...

 

흔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같은 지역출신이라던가 같은 학교출신이라던가... 그렇게 비슷한 배경을 지닌 사람이 성공을 했을때 거기에서 오는 박탈감은 더 크다고 한다. 나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늘 두분다 사업으로 바쁘셔서 늘 집에는 일하는 아주머니만 있었던 것을 그렇게 이상하게 여겨본적이 없었다. 물론 책이나 영화나 TV를 통해서 단란한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것은 그 시절 나에게는 그저 동화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던 어느날 꽤 친한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밤에 혼자 집에 남겨져있는 것이 무섭지 않냐고... 그때 처음 내 생활에 균열이 오고 불안함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것 같다. 거기에 대해 내가 대처해왔던 방식을 어떤 학자가 논리적으로 제시한 것을 책에서 읽었다.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는 단순히 어떤 일에 내가 실패하거나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존심을 걸고 어떤일을 했을때 실패했을때 수모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수학공식으로 표현했는데... 자존심 = 이룬것/내세운것이라는 것이다.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이루고 성취하고 싶은 것을 줄이면 된다는 답을 제시했다 나 역시 그런 방법을 취했던 것 같다. 다른 친구들처럼 늘 함께 할수 있는 부모를 갖을수 없다면 그 부분을 제거해서 원래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행동하기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다. 소공녀를 읽으며 난 반대의 환상에 빠지곤 했으니까... ㅎ 집에 돌아가면 온갖 맛난 음식과 선물들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 (그건 이미 이루어져있던 것이였으니까... ) 서재에선 책을 읽고 있는 아빠가 쇼파에선 뜨개질을 하는 엄마가 날 기다리는 상상을 하곤 했다. 늘 생각하지만 무엇을 내려놓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앞으로도 다 잘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내가 하고자하는 것... 내가 인정받길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인정하는 가치 뿐 아니라 나만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은 절대자로 불리는 신도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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