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에는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 이름을 몇번 더 확인했을 정도로...
상당히 죽음이 가까운 내용이였다.
입이 붙어서 태어난 소년의 어머님의 죽음을 시작으로...
코끼리 인디라... 백화점 옥상으로 왔다가 결국 덩치가 커져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소년이 사는 동네에 유난히 좁은 집틈에 갇혀서 죽었다는 미라...
그리고 어느날 수영장에서 시체로 발견된 버스운전기사까지...
미라에게 말을 걸고... 시체에서 넘실거리는 겨드랑이 털을 자꾸 생각하는 주인공때문에...
책장과 벽사이에 작은 틈에서 알수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책을 계속 읽어도 될까 고민할 무렵...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체스가 나타났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미라가 소년이고... 인디라가 마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보다 좀 더 어렵고 난해한 느낌이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없이 섬세하고 따듯하다.
처음엔 참 무서워했던 소년의 가상의 친구 미라마저 가까워지는 느낌...
소년이 처음 인디라와 미라 그리고 고양이 폰과 자신과 체스가 하나가 된것을 느꼈을때...
물방울 안에 그들이 있는 것만 같다고 할때...
나도 모르게 표지에 있는 물방울에서 미라를 찾았을 정도로... ^^
배경은 커녕 이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인물들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참 특이한 소설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번을 다시 읽어도 새로울듯한 느낌...

"진심으로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도,
상대방이 실수를 했을 때도 아니거든요.
상대편 말의 힘이 이쪽 진영까지 메아리쳐서 제 말의 힘이랑 공명할 때예요.
그러면, 말들이 제가 상상도 못 해본 음색의 소리를 내요.
그 음색을 듣고 있노라면 아아, 지금 체스판에서 올바른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그런 기분이 들어요."

어린 시절 나도 체스를 배운적이 있다.
은하영웅전설을 읽으며 싫어하던 인물인 얀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체스를 두는 모습이 왜 그렇게 인상깊었는지...
하지만 내가 두는 체스는 리틀알레힌이라고 불린 소년처럼 시적이지도 못하고...
그를 체스의 세계로 이끌어준 마스터처럼 관대하지도 못하다.
그저 이기기 위해 끙끙거리는 느낌일듯...
상대방과 공명해본 기억... 강한것보다 좋은것이 더 가치가 있을꺼라는 느낌...
슬프게도 그런 느낌은 받아본적이 없다.
하지만... 굳이 체스가 아니라도...
삶이란게 그런게 아닐까...?
상대를 이기겠다고... 상대보다 잘나야 한다고...
밟고 올라가다보면 그 끝은 허무하기만 할 뿐이다.
누군가 공감하고 함께 하는 그 따듯함이 더 소중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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