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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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코뮌 민중 혁명 운동에 대해서 배울 때,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를 본 적이 있어요. 정말 그들은 이상적이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운동에 참여했다가 망명생활을 한 자크 엘리제 르클뤼의 <산의 역사>를 읽으며 문득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낭만적이었구나 하게 되네요. 어쩌면 비슷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산에서 보낸 시간을 지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그 표현이 더없이 시적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습니다. 산중턱에 앉아 서로 비교하기보다는 어우러지는 수많은 봉우리를 감상하던 그는 해가 어둠에 의해 느슨하게 밀려날 때즈음 자신의 생각을 몽상과 어렴풋한 기억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권력 없는 질서를 꿈꾸었던 그에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었던 그에게 자연은 바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대한 지리학자이자 사상가였다는 그답게, 산이 기억하고 있는 지구라는 별의 역사를 풀어낼 때면 그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게 됩니다. 인간은 감히 어쩔 수 없는 시간이라는 힘으로 만들어진 그런 자연을 인간은 너무나 손쉽게 파괴하곤 하죠. 예전에는 자연의 경계가 곧 인간의 경계였습니다. 거대한 산의 능선을 따라 기후대가 나뉘고 사람들도 나뉘어져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연결을 꿈꾸기 시작했고, 산을 뚫어 길을 내고, 필요에 따라 깍아내거나 없애버리기도 해요. 물론 그를 통해서 인간은 보다 발전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자연의 경계를 뛰어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일이기만 할까요? 수십 년 전에 지구에서 살아간 자크 엘리제 르쿨뤼,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고, 자연에서 그 답을 찾았던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도망칠 데가 어디 있어? 자연이 더러워졌는데...." 이제 인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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