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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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요. 때로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 거 같고, 때로는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저에게는 참 소중하게 다가오거든요. 이번에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그런 일상의 작은 행복과 함께 동화를 읽는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까지 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그녀가 모아온 지우개와의 작별도 그렇고요. 꿈일까요? 현실일까요? 아니면 환상이었을까요? 아니면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직업병? ^^

어린 시절 밖에서 놀았던 그 공간 바로 동네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성인이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낸 동네보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뛰놀던 동네에 대한 기억이 더욱 선명해요. 그때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지금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만 남아버린 것 같고요. 다음에는 차로 이동하기 보다는 두발로 걸어서 산책을 해볼까 해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의 냄새와 촉감 그리고 그 풍경까지 보다 선명하게 담아볼까 합니다. 자꾸만 놓치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거 같네요.

읽은 책을 추천한 것도 좋았는데요. 학창시절 조금은 게으르고 소극적이었던 그녀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은 엄청 컸다고 해요. 그래서 자유를 테마로 한 5권의 책이 한 줄 소개와 함께 나오던데, 다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일기도 일부 수록되어 있는데요. 서평을 기고하기 위해 쓰면서도 잘 써지지 않아 좌절하지 않거든요. 자신은 소설가니까요. 내 일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는 자세가 참 좋았어요.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욕심 내고 있는 절 돌아보게 됩니다. 빵에 대한 예찬은 어쩌면 저와 그렇게 닮았던지요. 심지어 좋아하는 빵 세가지 중에 호밀빵, 쿠페빵이 그 이유까지 완벽하게 겹쳐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편지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 저도 이런저런 편지를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쪽지들까지도요. 누군가는 그런 것은 불필요한 짐이 아니냐며 버리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추억이기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데요. 미니멀리즘을 외치는 요즘에도 여전히 제대로 버릴 줄 모르고 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는 글이 저에게는 참 큰 힘이 되네요.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를 몇 권 읽었는데, 언제나 기대하던 것 그 이상을 줍니다. 2008년가 그녀가 책을 쓴지 20년이 된 해라고 해요. 그래서 2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쓴 글이 참 좋았어요. 이제는 2020년이니 30년이 넘어가고 있네요. 그녀의 30년은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음 에세이에 담겨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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