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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연설 - 역사의 순간마다 대중의 마음을 울린 목소리의 향연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얼마 전에 김구선생의 ‘3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을 읽으며 너무나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 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나의 부귀영화보다 조국이 먼저였던
분, 그 분의 발자취를 알기 때문에 이 글귀가 더욱 마음을 울렸겠죠.
이번에 <위대한 명연설>을 읽으며, 김구 선생님이 많이 떠올랐어요. 엘리자베스 1세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총 41편의 연설문이 실려있는데, 거기에는 그 연설을 한 인물의 삶과 연설이 갖고 있는 배경과 의미도 정리를 해놓았거든요. 그걸 읽고 연설을 읽으니 더욱 마음에 와 닿더군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한 화술을 넘어 그 사람의 삶 속에서 흘러나오는 진실성이 더해져야 할 테니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라 그런지 수잔 B. 앤서니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기억에 남아요. 여성의 참정권을 실현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 분들인데요. 우리나라는
여성의 참정권이 임시정부때부터 보장되어 있었고, 참정권을 위한 투쟁은 조금 낯설어 보이기도 하죠.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미약하던 시기 앤서니가 여성 14명과 함께
선거감독관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투표를 했다가 체포됬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녀는 그때
이런 연설을 합니다. 정보는 국민의 동의 하에 그 권한을 얻는데, 그런
정부가 국민의 평등한 권리와 자유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에멀린 팽크
허스트 역시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갖고 있는 임무의 무거움을 강조하며, 인류의 절반을 해방하면서, 그 해방을 통해 인류의 나머지 절반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으로 차별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면, 그것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너무나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엘리너 루스벨트가 있습니다. 역대 퍼스트레이디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손꼽힌다는 그녀는 UN인권위원회 의장으로서 “높은 수준의 삶을 고취하자”라는 연설을 했는데요. 이 연설을 읽으며 앞에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의
연설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또한 그녀가 남긴 말이 참 의미있게 다가왔는데요. 바로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다”입니다. 지나간 시절을 안타까워하다가,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예술작품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페이로 엘리엇 트뤼도가 1976년 캐나다 총리로 재직하던 당시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연설도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사형제도에 대해 늘 애매한 입장을 갖고
있어서인지 여기에 금새 설득되었지만, 아마도 또 강력범죄에 대한 글을 읽으면 금새 흔들릴 것을 압니다. 그래서 연설자도 중요하지만 그걸 듣는 대중 역시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