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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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15주년을 맞아 새 옷을 입고 찾아온 에쿠나 가오리의 <도쿄 타워>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큼의 세월을 더 보내온 여성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 20살 남자들의 이야기죠. 참 독특한 나이죠. 소년이기도 하고, 청년이기도 한 그 나이 말이죠. 사랑은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며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토오루와 상처받기 싫다며 온 몸으로 외치며 두 여자 사이에서 게임을 하듯 사랑하는 코우지입니다. 그들이 사랑에 빠진 여성들은 이미 가정이 있고, 그 가정을 깰 생각은 전혀 없어요. 코우지의 생각처럼 그들은 그저 지루한 일상에서 은밀한 즐거움을 탐닉할 뿐이죠.

 예전에 이 책을 잃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빛날 시기를 그렇게 허비하고 있는 두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때는 그들의 나이에 좀 더 가까웠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토오루가 슬프게 바라보던 젖은 도쿄타워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되더라고요. , 그들의 아름다운 청춘을 탐닉하기만 하는 두 여인이 참 잔인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달콤한 말로 아이를 달래듯이 토오루를 어르고 달래며 곁에 두는 시후미보다 차라리 돈이라도 쥐어주려고 하는 그렇게 자신의 죄책감을 상쇄하려는 키미코가 차라리 솔직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요. 시후미는 그저 자신의 완벽한 삶이라는 연극 속에서 토오루의 사랑마저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토오루는 늘 시후미가 어른스럽다고 어른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제가 볼 땐 차라리 토오루가 그렇게 보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진 게임에서 자신은 절대 패자가 되지 않겠다고 자신만만한 코우지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죠.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는 사랑은 기괴할 정도로 비틀려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들은 그 속에서 순수함을 꿈꾸고 사랑을 외칩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고 나면 약간의 불쾌함도 싹트곤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제가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아이러니 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불쾌함보다는 도리어 안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보면 다들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그저 홀로 하는 사랑에 빠져서 이런저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그래서 사랑이 슬픈가 봐요. 분명 둘이 시작했는데,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홀로 사랑에 도취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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