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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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사진은 저를 어린시절로 소환하는 통로와 같았어요. 지금은 도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는 외갓집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을 쌓곤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이름 모를 야생화를 보면서도 마냥 행복해했던 거 같은데요. 엄마가 반지꽃으로 손에 묶어주신 풀반지에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고요. 그런데 어느새 세월이 지나 성장한 저는 행복하게 웃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렸네요. 도리어 썩은 미소가 입가에 머물 때도 많아졌고요.

 25, 반평생에 세월 동안 우울증에 빠져있던 에바 미첼은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려고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리게 되는데요. 그런 그녀를 잡아준 것이 작은 새싹이었어요. 그녀는 반려견 애니와 함께 야생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갑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대자연, 그녀뿐만 아니라 저도 그 자연이 주는 위로를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네요. 자연과 함께한 1년의 시간의 기록, 박물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그 시간을 다채롭게 기록했는데요. 처음부터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사진뿐 아니라 아름답고 정교한 삽화 그리고 자연에서 수집한 다채로운 것들을 보고 있으면 요즘 집밖에 잘 못나가서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거 같기도 하고요. 또 자연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치유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자료도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도 자신이 어떻게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듣다 보면 저도 당장이라도 숲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시기상조인 것을 알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덕분에 추억여행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제가 걸었던 숲, 제가 걸었던 바다, 제가 만났던 풀밭, 이름 모를 야생화 그런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책을 읽다 말고 자꾸 눈을 감게 되요.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제가 느꼈던 그 감각들에 집중하다 보면 조금씩 마음속에 자리잡은 우울함들이 옅어지는 느낌마저 들어요. 그녀가 자연 속에서 느꼈던 그 충만함에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워져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밀려났던 소중한 시간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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