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작가로 더 익숙해진 명 로진의 <전지적 불평등 시점> 사실 어쩌면 약간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서문에서도 책을 읽고 속이다 시원하다라고 한마디 해주면 좋겠다고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갖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기는 힘들 테니 말이죠. 도리어 소크라테스가 자처했던 아네테의 등에라는 표현이 떠올랐어요. 그는 아테네 시민들이 깨어나기를 바랐었는데요. 어쩌면 그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런 불평등한 사회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오롯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혹은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만 돌리지 않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간을 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라는 말이 참 요즘 세상을 잘 설명해주는 거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심지어 아직 제대로 진루하지 못한 사람을 비웃기까지 하죠. 그래서인지 가끔은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과연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누군가에 비해서는 불평등하게 느껴져 맘이 상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평등함을 자극하는 위치일지도 몰라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6411 버스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어요.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강남으로 향하는 그 버스에는 강남의 높은 빌딩에서 일하지만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탄다고 해요. 바로 건물을 관리하시는 수많은 분들입니다. 저 역시 가끔 건물을 관리하시는 분들과 지나치게 될 때가 있어요. 가벼운 목례도 못할 때가 있고 감사함조차 느끼지 못했던 거 같아서, 불평등이라는 것은 정말 상대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가볍게 읽기 시작해서, 불편함으로,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힘이 있는 책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