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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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한성희의 딸이 보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쓴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책을 읽으며 이렇게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은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고, 제가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그리고 과거의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저는 눈물이 흔한 편이었고, 엄마는 그런 절 늘 걱정하셨어요. 울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말로 늘 단속하셨지만, 저는 엄마의 뜻대로 잘 안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인용된 글 "언제나 강한 척 할 필요는 없고, 시종일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않으면 그뿐. 필요하면 울어라, 눈물샘이 다 마를 때까지."과 함께 한 이야기가 참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눈물에 인색해진다고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회화가 되고, 심지어 힘든 상황에서도 내 눈물을 보면서 부모님이 맘 아파하실 것을 걱정하기도 하죠. 그런 사람들에게 울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거기에서 스스로 깨닫고 힘을 얻을 수 있게 말이죠.

 또한 병적 꾸물거림이라던지 발끈하지 않고 더 우아하고 단호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요. 그리고 저자가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부부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혼에는 정말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비슷한 것들이 보인다고 해요. 바로 그럼에도 이 사람과 함께 노력해서 여생을 보내야겠다라는 믿음이 흔들렸다는 것, 어쩌면 그 말이야말로 연인에서 부부가 된 사람들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믿음이 흔들렸다면, 세기의 사랑도 지켜낼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이런 저런 고민 중에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무엇을 한 것 하나 없이 세월이 이렇게까지 흘러갔다는 두려움인 거 같아요. 물론 무엇을 이뤘는지 셈하지 말라고 조언해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게 참 쉽지 않죠. 그래서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중견화가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지친 날이라도 캔버스에 점 하나라도 찍고 하루를 마감한다는 그 화가는 대작도 그런 점들이 모여서 완성된다고 말해요.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하겠죠. 오늘도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길로 나아가기 위한 점 하나를 찍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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