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유혜선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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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삶에 쉼표를 찍고 싶을 때, 그럴 때면 미술관을 가곤 했었어요. 그래서 내 삶에 물음표가 생길 때 미술관으로 가자라는 말에 정말 공감했던 거 같습니다. <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에서 저자 유혜선이 한 말이죠. 제가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두는 그림이 하나 있어요. 바로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자인데요. 그 그림에서 느낀 것 역시 저와 너무 비슷해서 책에 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요.

 요즘 제가 마음이 참 안 좋은 상황이고, 도저히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리고 엔서니 프레드릭 샌디스의 메데이아같은 경우는 정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그 여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 마음이 너무나 애틋하게 느껴져서요. 하지만 그런 내면의 분노와 복수심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절 그렇게 만드는 거 같아요. 페르낭 크노프 '내 마음의 문을 잠그다'의 여성 역시 공허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두 여인 다, ‘유효기간이 지난 행복에 사로잡혀버렸기 때문인 거 같아요. 자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치닫기만 하는 분노에 사로잡힌 눈, 모든 것을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다 잃은 듯한 눈으로 세상을 사는 것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여자들은 다양한 자기 파괴적인 콤플렉스를 껴안고 산다고 해요. 저 역시 그런 콤플렉스가 있는 거 같죠. 그리고 그 콤플렉스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날 찌르는 상황에서도 주어진 삶을 힘차고 당당하게 살아내는 것그것이 여자의 삶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갖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자존감이 높으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책에서 인용된 글이 절 당황하게 했습니다 바로 자존감은 결과라는 문구였죠. 좋은 기운으로 활력으로 자신의 시간을 채워나가면서 그런 일상이 쌓여서 자존감이 되는 것이라고요. 지금까지 왜 나는 자존감이 낮은지 고민을 했었는데, 마치 저금을 하나도 안하고 왜 저금통이 비었지?? 라고 고민하는 것과 같았네요. 부정적인 감정의 챗바퀴를 돌리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미술관으로 가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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