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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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탐사저널리즘 프록그램을 좋아하는데요. 얼마 전에 일본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찾던 중,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본 적이 있어요. 그 후로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늘게 되었죠. 그래서 이번에 <이규연의 로스트타임>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는 공공의 선을 찾고자 하는 공익 탐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요. 그가 주목하는 36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탐사보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철학과 노하우를 풀어냅니다. 제목이 로스트타임인 이유도 궁금했었어요.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로 하면 사람들에게 더욱 인지도가 높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런데 그가 탐사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니, 정말 적절한 제목이 아닌가 합니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도 누군가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로스트 타임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그 중에 방사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조선소에 파견되어서 근무한 20대후반의 남성의 손가락은 방사선 피폭으로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업체에선 그의 부주의함을 탓했지만, 글쎄요. 취재결과 전문교육이 부족했고, 심지어 작업환경조차 안전수칙을 지키기 힘든 곳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것 너무 불합리하게 느껴지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후쿠시마로 흘러갑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5년 이후, 후쿠시마 현장을 취재했어요. 그리고 한번 오염된 환경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그 상황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묘사합니다. “봄이 왔지만 그 봄은 여전히 침묵의 봄이다.” 저는 후쿠시마에 대해 일본에서 제작한 방송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그 곳의 봄은 참사 이전의 봄처럼 묘사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외에도 1980년대 광주로 갔던 공수부대원의 고백과 인간의 가면을 쓰고 있던 이영확 그리고 가난의 굴레를 아주 긴 그래서 너무나 위험하기만 한 사다리로 묘사하는 난곡리포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가 주목한 36개의 사건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쭉 읽다 보니, 탐사보도의 가치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중에 루게릭 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마지막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바로 안구 주변이라고 해요. 그래서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서 세상과 소통하는데요. 정말 힘겨운 일이지만, 그들이 그를 감수하면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저의 탐사과제로 남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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