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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엮음 / 미래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시와 에세이가 함께하는 책들을 읽으면 멀게만 느껴지던 시가 한층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시인 김옥림이 모으고 고른 시 74편과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니 또 한 번 시와의 거리를 좁힌 듯 합니다.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제목도 정말 딱이죠. 저에게
꽃이 되고, 사랑이 되어준 시를 많이 만났어요.
하필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의 일정이 다 짜증스럽게만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저의 몸과 마음이지친 탓이겠지요. 어제와 거의 다를 것이 없었던 오늘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 뿐이었겠지요. 그런데 이기철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라는 시가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더군요.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맑은 시냇물 소리가 졸졸 흐르는 것 같다”라는
말에 절로 공감이 되더라고요. 이런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충만한 시간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책의
시작을 알리는 시는 김남조의 ‘너를 위하여’였습니다. ‘오직 너를 위하여/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기쁨이 있단다/나의 사람아’, 이
시를 참 좋아했던 친구를 알기에 더욱 오랜 여운이 남았겠지요. 그리고 이 시가 일상적인 마을의 풍경을
담은 그림과 함께하는 것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시간 속에서 어느덧 흩어져가고 있는
사랑을 다시 일깨워줄 시니까 말이죠. 그런 면에서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첫사랑’도 생각나네요. '아, 누가 돌려줄 것인가, 그 아름답던 날/ 첫사랑 즐거운 한때를', 첫사랑의 깊은 여운, 그 어떤 시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시간들, 그리고 그
누구도 돌려줄 수 없는 그 시간들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제 저는 수잔 폴리스 슈츠의 ‘바로 나이게 하소서’라는
시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대와 함께 산길을 걷는 사람이/바로
나이게 하소서/행복에 겨운 그대와 함께 미소 짓는 사람이/바로
나이게 하소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렇게 살아가고 싶네요. 그의
연인으로, 그의 동반자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