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책 제목이 정말 강렬했어요. 원제 역시 ‘A FALSE STORY: A True of Rape in America’ 더군요. 책을 읽기 전에 책 띠를 제거하고 보니, 울고 있는 여성과 침묵을 강요하며 비웃고 있는 남성이 인상적이었어요.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니 정말 완벽한 일러스트였어요. 강간피해자에게 주변사람들뿐 아니라 수사기관과 재판기관까지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던가,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조건을 통과하길 바라기도 하고, 심지어 강간이라는 범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마저 갖고 있는 경우까지 있더군요. 그리고 그러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묵할 것을 원하는 것이죠.

 T. 크리스천 밀러와 켄 암스트롱은 이 소설의 바탕이 되는 ‘An Unbelievable Story of Rape’프로퍼블리카에 실었고, 이를 통해 2016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0대 소녀 마리에게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마리는 강간을 당하고 신고를 하지만 그녀는 계속 수사기관의 회의적인 태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어요. 여러 번 진술을 해야 했고, 오로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해야 했던 그녀의 진술의 불일치성이었어요. 그런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그녀는 진술을 번복하고, 이제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마저 견뎌내야 했어요. 허위신고죄로 처벌을 받게 된 그녀에게 통지하는 방식 조차 너무나 무성의했죠. 그녀의 사건은 그렇게 지워지고 있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이어나가고 있었어요. 여러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정말 답답했던 것은 바로 피해자들을 대하는 수사기관의 태도였어요. 자세한 진술을 강요하고, 이를 꺼려하는 여성들에게 수사관들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죠. 그리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여성들의 기억은 쉼없이 부정당하곤 했죠. 그래서 이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미시건 주립대학교 교수 리베카 캠벨은 성폭력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피해자들은 경험을 직소퍼즐에 비유하더군요. 심지어 그 상처와 공포 때문에 조각이 사라졌을 수도 있는 그런 퍼즐이요.

 연쇄강간사건을 추적하던 헨더샷과 갤브레이스는 결국 범인을 체포하는데 성공했고, 마리 역시 그 피해자임이 증명되었어요. 그들이 수사의 실마리를 잡게 된 것은 바로 마리의 증언에 있기도 했죠. 사회의 이상한 편견이 없었다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그 사건이 초반에 마무리될 수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너무나 다행인 것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상처받았던 마리는 온전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