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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평점 :
우리는 제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 곳을 관광지로 생각하지만, 제주가 간직한 역사는 제주를 상징하는
현무암처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사 시의 <해녀들의 섬>을 읽으며,
다시 한번 제주의 시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에도 해녀들의 삶과 일제강점기와 4.3사건을 겹쳐놨던 <하얀 국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동생을 대신하여 성노예로 가야
했던 언니,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가족이 4.3사건으로 해체되는
모습이 정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 읽은 <해녀들의
섬> 역시 그랬네요. 해녀가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회상의 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이 비슷했지만, 이 책은 보다
해녀의 삶에 집중하는데요.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영숙의 어머니가 애기해녀인 그녀를 데리고 해녀로서 살아가는 모든 삶을 알려주고 결국 세상을 떠나셨던 것도, 그 모습을 조금은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그녀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못할 것 같아요. 그렇게 어려운 시절에도 함께했던 친구 미자, 모든 것이 달랐지만
그래서 더욱 서로에게 의지를 했던 두 사람이기도 했죠. 일제시대 징집을 당한 동생까지 점점 더 가족이
줄어들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명줄을 내놔야 했죠.
그렇게 살아가던 그녀는 결혼을 하고 나서는 거기에 더해 ‘해녀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살아가야 했어요. 해녀의 삶이라는 것이 여성에게 왜 그렇게 모질게만
느껴지던지 말이죠. 그녀들이 도리어 바다를 어머니처럼 여기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어요. 뭍은 그들에게는 안식처가 되어 주지 못했으니까요. 도리어 물과 뭍
사이에 돌에 불을 피고 모여 앉아 있던 불턱이 그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었죠.
제주, 하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4.3 사건, 그들에게는 그저 어느 날과 같은 4월 3일이었어야 했지만, 너무나 중요해진 그 날이 되었죠. 이미 그 전부터 불안감이 제주에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고, 그날 영숙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야 했어요. 친구까지 말이죠. 그 날이
지난 후에 그녀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마을들이 갈라지고, 집안들이
갈라지고, 친구들이 갈라져서 어느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과부로 27년의 시간을 버텨내야 했던 그녀에게 글로 다시 찾아온 미자,
용서라는 말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래도 다시 친구를 믿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