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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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이 이 옷 어떠냐며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링크를 보내줘서 클릭을 하고 나면, 하루종일 그 쇼핑몰 광고가 따라다니는 걸 보곤 하죠. 그럴 때면 그 집요함이 조금은 짜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또한 여러 SNS에서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에 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서 그 결과를 보여주면 신기해하기도 하고요. 미처 몰랐던 나의 취향 같은 것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자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아주 짧은 순간의 클릭 한번만으로 자발적으로 기업에 제공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요즘을 감시의 황금기라고 할까요. 이런 부분을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한 권 만났는데요. 바로 프랭클린 포어의 <생각을 빼앗긴 세계>입니다.

 표지부터 정말 인상적인데요. GAFA라고 불리는 테크기업의 선구자 아니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로고를 웃는 얼굴로 만들어놓았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편리함을 넘어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세상에 대해 쉼 없이 말합니다. 하지만 그 그림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죠. 100년의 전통을 자랑했던 미국의 잡지 뉴리퍼블릭의 편집장이었던 그는 이들 기업이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 ‘통계의 함정이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지도 꽤 되었는데, 역시나 빅데이터의 함정에 여전히 빠져 있으니 말이죠. 통계라는 말도 우리에게 큰 신뢰감을 주는데 그보다 더 정교하게 가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에 대한 믿음은 솔직히 저부터 견고한 편인데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들은 기업들의 편의에 따라 재가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 취향을 분석해서, 나에게 필요한 맞춤형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필요가 반영된 것일 수 있죠.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들은 이들 기업들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의 역사입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요. 거대 테크 기업들이 그리고 있는 세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공격적인 느낌마저 들었거든요. 해킹을 넘어서 사람들을 더욱 개방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페이스북, 그 어떤 역할도 결국 엔지니어들이 해낼 것이라고 믿는 구글, 전통적인 기업들의 가치를 무너트리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낸 애플, 미래의 유일무이한 문지기가 되고 싶어하는 아마존처럼 말이죠.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인류는 행복을 희생하더라도 보다 더 편해지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요. 지금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길 역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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