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가끔은 너무나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할 때가 있어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 역시 저에게는 그런 인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집필한 논픽션 세편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자연에세이에서 과감히 분야를 바꾸는데요.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쓴 그녀의 데뷔작이 바로 이 소설입니다. 첫 소설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장르가 한 소설 속에 녹아 있는데요. 가족들이 다 떠나고 홀로 남겨진 습지소녀 카야의 성장기와 동네
사람들에게 습지괴물이라고 불리던 카야를 둘러싼 법정스릴러가 큰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때로는 미스터리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과 맞닿아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인지 ‘앵무새
죽이기’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안 습지에 자리잡은 판잣집 그 곳에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다섯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전쟁에서
큰 상처를 얻고 그 분노를 가족에게 풀어내었고,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 엄마와 형제들이 떠나고 아버지까지
떠나자 카야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게 되지요. 떠나간 사람들이 남긴 말을 굳게 간직하고 있지만, 돌아오지 않는 그들에게 버려졌다는 아픔 역시 오롯이 카야의 몫이었어요. 습지가
자신의 모든 것인 그녀는 학교를 보내려는 사회복지사를 피해 도망다닐 정도로 세상과의 접촉을 두려워했어요. 그녀에게
습지는 어머니이자 가족이자 세상의 모든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그녀를 세상에서는 ‘마시 걸’이라고 부르며 배척하죠. 세상과
연결된 끈이 오로지 점핑부부였던 카야에게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요. 그녀를 너무나 잘 이해했지만
그래서 그녀를 떠나게 된 테이트 그와 함께하던 카야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였어요.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는 습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었기에, 테이트가 떠난 후 카야는 외로움에 잠식될 수 박에
없었는데요. 그런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꺼내줄 체이스입니다.
하지만 체이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용의자로 카야가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급 반전을 맞이합니다. 사람들은 습지에서 성장한 그녀를 너무나 쉽게 범인으로 생각합니다. 마시걸, 습지의 괴물이 당연히 했을 법한 일처럼 말이죠. 그렇게 펼쳐지는
법정드라마를 읽으면서 저는 많은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살인사건이라는 증거조차 없는
사건이 성립될 수 있었던 이유, 사람들에게 기대를 걸었던 카야의 절망까지 말이죠. 그래도 테이트가 카야의 곁에 함께해주어서 너무나 다행이었어요. 그녀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알려주었듯이, 그녀가 다시 세상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습지의 괴물이 아닌 습지의 소녀 아니 여성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게 교두보 역할을 잘 해주었으니 말이죠. 아마존에서 23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한 이유를 너무나 잘 이해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