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조류학자이자 작가인 필리프 J. 뒤부아와 작가이자 기자인 엘리즈 루소가 함께 쓴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얼마 전에 오목눈이의 사랑을 읽으며 새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었는데요. 오랜 시간 동안 새를 관찰하며, 새가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에세이가 너무나 좋았네요. 카르페디엠을 떠올리게 한다는 암탉의 모래 목욕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새를 그렇게 잘 알지는 않지만, 저는 독수리를 정말 좋아하기는 했어요. 독수리의 비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고, 엄청 멋있는 새인데요.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독수리는 유럽의 여러 왕조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물어봅니다. 특정한 새를 상징으로 삼을 때 과연 새를 잘 관찰했는지, 그리고 새가 갖고 있는 내면을 잘 들여다 보았는지 말이죠. 물론 독수리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기는 싫었지만, 생각보다 과대평가된 새라는 말을 부정할 수는 없더군요. 심지어 피라미드의 꼭대기 독수리의 불안한 식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요. 도리어 용맹하고 호전적인 새로 꼽히는 새는 유럽 울새였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전에 오목눈이를 봤을 때와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귀여운 외양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심지어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고양이한테도 덤빌 정도라고 해요. 그리고 금눈쇠올빼미 역시 작은 체구를 갖고 있지만 용맹한 새이고요. 진정한 전사에게 필요한 것은 빛나는 갑옷과 무기가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아요.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있는 독수리, 그들의 서열상 지배자의 입장에 선 암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느라 도리어 정말 필요한 것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요. 저도 그럴 때가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정말 해야 하는 것들을 챙기지 못하거나,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할 시간들을 놓치기도 하죠. 그래서 늘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삶에 나는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싶은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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