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19년 2월
평점 :
시마모토 리오의 <퍼스트 러브, ファ-ストラヴ>
달달한
속삭임으로 시작될 거 같은 이 소설은 임상심리사 마카베 유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어긋났을 때,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이 소설이 간직한
비극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첫사랑, 어쩌면 사람이
가장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일 수 있죠. 그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밖에 없더군요. 예전에 유년기의 경험이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식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너무 결정론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고통 받고 있는 두 여자를 보고 있으면
제 생각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인 환경이 협소할 때, 그래서 그 속에서 학대 받고 외면당할 때 받게 되는 상처는 다른 출구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법정에서 많은 어른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어요. 그게 제게는 구원이 되었습니다. 고통도, 슬픔도, 거절도, 자신의
생각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어떤 인간에게도
자기 의사와 권리가 있고, 그걸 말해도 된다는 것을 재판을 통해서 처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이런
편지를 마카베에게 보내온 히지리야마 칸나는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는 기사 제목으로도 소개될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는 아나운서 시험의 이차 집단 면접을
보고 난 후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해요. 마카베는 살인 동기조차 밝히지 않는 그녀와 만나면서 점점 더
그녀의 마음을 열게 되는데요. 그리고 자신이 간직한 어두운 과거가 일깨워지는 경험까지 하게 됩니다. 뿌옇게 흐려져 있지만 결국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울을 열심히 닦아내고 있는 마카베를 보며 솔직히
말리고 싶은 기분이 들더군요. 어떻게 손댈 엄두조차 나지 않아서 그저 기억 저편으로 밀어놓았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마카베와 구치소에서 재판장에서 비로서 자신의 상처를 수용하고 치유받는 칸나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끝까지 딸이 받은 학대를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과연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 이 책이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