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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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감각적이면서도 따듯한 소설 <서점의 다이아나> 그리고 오늘 어떤 분의 리뷰를 읽으며 궁금해졌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의 작가 유즈키 아사코의 <책이나 읽을걸> ‘앗코짱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전혀 다른 걸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리뷰를 보면서도 그 반전이 유쾌했고, 궁금하기도 했죠. 이렇게 여자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고전을 오래, 꾸준히, 규칙적으로소개하고 싶었다는 의도를 가지고 쓴 독서 에세이라니 더욱 기대가 커집니다.

 고다 아야의 <흐르다>라는 소설에 붙여 쓴 글이 이 책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여자들의 수다를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 같이 이리저리 튕겨져 나가기도 하지만 그 큰 축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이 너무 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다 보면 정말 화제의 전환도 거침없고 잠깐 전화를 받고 오면 이미 친구들은 다른 차원으로 가있기도 하고요. 때로는 몇 명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하다가도 또 금새 하나의 화제로 뭉쳐지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소설에 담았다니 기대가 되기도 해요. 그리고 이 책도 책이라는 거대한 축을 갖고 있지만 여자들의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져서 읽으면서 더욱 재미있더군요.

<폭풍의 언덕>에서 천성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낸 것도 기억에 남아요. 정말 저 역시 새해가 밝아오면 저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고민하고, 기록하고, 나름 계획도 세우고 그러죠. 자기계발서 역시 남부럽지 않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나죠. 최근에 우리가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본 적도 있어요. 결국 과거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죠. 자신을 바꾸지 못한다고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는 말에 괜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천성이니까요~ 어느정도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밀 졸라의 <나나> 사실 만약 제가 먼저 이 소설을 읽었다면 저는 다시 편견에 사로잡혔을 것 같아요. 고급창녀에 가까운 주인공, 남자들을 파멸에 이끌면서 자신의 부와 행복을 꿈꾸는 여성이 제 눈에 마땅치 않았겠죠. 하지만 그녀는 일단 나나의 캐릭터가 얼마나 강렬한지 보여줍니다. "대접받고 싶어", "바보 취급을 당하기 싫어라며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분명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여성이거든요. 물론 그 방향성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늘 겸손해야 한다는 말에 칭찬도 애써 사양하며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질려 있던 요즘이라 그런지 나나의 말이 저에게는 참 순수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제가 한 일을 제대로 인정받고, 좀 대놓고 자랑스러워하고 싶기도 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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