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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날카로운 사회비평을 들려주는 강준만 교수의 <바벨탑 공화국> 한국사회가 노정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이
초집중화도시인 서울이 드리운 길고 어두운 그림자의 조각들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초집중화’, ‘부드러운 약탈’, ‘젠트리피케이션’, ‘게이티드 커뮤니티’, ‘소셜 믹스’, ‘전위된 공격’, ‘학습된 무기력’, ‘소용돌이 정치’, ‘지방 소멸론’. ‘지방분권의 함정’ 이런 소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거 같네요. 그리고 그 문제의
시작은 바로 ‘바벨탑 공화국’에 있다는 것도요.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가장 큰 틀은 ‘개천의 용’인 것 같아요. 나도 성공해서 서울에 고층아파트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 그런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바벨탑 공화국은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겠죠. 흥미로운 것은 대한민국 역시 개천의 용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죠. 2차세게대전 이후 잿더미에서 올라선 나라,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더욱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해요. 얼핏 보면 그 생각 자체는
잘 못 된 것이 아니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던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연한다는 것이 문제겠죠. 전에 <지방소멸>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블랙홀처럼 인구를 빨아드리는 도시와 과소화된 농촌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었는데요. 문제는 더 이상의 성장동력이 없어지면 과밀화된 도시 역시 소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도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상황인데 과연 이대로 좋은가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서울중심주의가 만들어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밖에 없거든요. 문제가
어떤 것인지 다 함께 분석하고, 공감하고, 고민해야 결국
길을 찾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공동체조차 돈을 내고 사는 것이 되는 세상이라는 지적이 너무나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단순히 편하다고
좋아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단지 내에서 해결되는 ‘원
스톱 리빙’,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공간이 결국은 자신과 비슷한 계층들이 모여 살고자 하는 벙커가 아니냐는 말에 반박하기 참 힘들었어요.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주된 감정이 그랬던 것 같고요. 그래서
도입부에 나왔던 ‘머그컵 실험’이 다시 생각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두어야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