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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는 편인데, 데뷔작부터 상당히 강렬한 작가들이 많죠. <피와 뼈의 아이들>의 토미 아데예미 역시 그렇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오리샤의 전설’ 트릴로지의 서막이
열렸으니 말이죠. 사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어서, 그러한 메시지를 명확하게 읽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원래는 마법을 갖고 태어나는 마자이와 그렇지
못했던 코시단이 공존했던 오리샤의 비극을 가져온 것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차별 때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러한
비극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오리샤의 왕이죠. 그의 명령에 따른 위병들의 무자비한 학살을 기억하는 제일리는
마법을 가진 자의 상징을 갖고 태어났어요. 바로 새하얀 머리카락이죠.
엄마의 죽음을 지켜본 것도 큰 상처인데, 그저 머리카락이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최하층민으로
전락하여 온갖 차별을 당했던 제일리가 사라졌던 마법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르겠어요. 강인한 전사이지만, 왠지 모르게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인지
때로는 전사의 캐릭터에 소녀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게 맞는 캐릭터이긴 하거든요. 그녀를 뒤쫓는 왕자 이난과의 부딪침에서 더욱 그런 면이 부각되기도 했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단단해지는 마음을 보여주어서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좀 이해가 안 갔지만, 갈수록 정이 갔던 캐릭터는 바로 이난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신념을 맹종했고, 그래서 그 딱딱한 알이 깨어지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기도 하죠. 그가 보이는 반응들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고 할까요? 제가 그 상황이었어도
당연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는 것으로 끝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난 앞에 놓인 운명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세 명의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요. 그래서
제일리와 아마리의 시점이 교차될 때 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난의 꿈을
통해서 아마리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는 단순한 악역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겠죠.
인물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끝없는 추격전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그려내는 묘사가 정말 환상적이었거든요. 읽으면서
절로 매혹되는 기분이 들었는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떤 느낌일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고난을 통해 점점 더 단단해지는 원정대와 그들과의 이상한 교감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추격대까지, 과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