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자 중독자입니다
명로진 지음 / 왕의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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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로진의 <나는 활자 중독자입니다>를 읽고 있는데, 친구가 자기 소개서야?’라며 농담을 걸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저도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파피루스교 신자라는 그의 말처럼 저 역시 종이책을 좋아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한때는 킨들 같은 전자책 리더에 열광했던 적도 있지만, 편리함보다 오래 읽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더욱 컸거든요. 왠지 마음이 잘 맞을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인생의 걸림돌에 부딪쳤을 때, 인문고전에서 위로를 찾는 것에도 관심이 가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존감, 관계, , 감정, 정의라는 큰 주제를 두고,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솔직히 때로는 갸웃하기도 하고요. ‘가족이 상처를 줄 때’, ‘자신이 미워질 때같은 경우가 그러했어요. 제가 아직까지는 그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지 못해서일까요? 도리어 그 이야기에 등장한 모차르트나 랑랑 그리고 오이디푸스왕에게 주어진 시련이 너무나 가혹하게만 느껴지네요. 생각해보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학창시절에 읽을 때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족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로 이상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가 만들어내는 함정을 알면서도 여전히 동화 속의 세계에 머물고 싶어하는 심리인 것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당연히 바로 도움이 되던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았죠. ‘잘못된 만남이라고 느꼈을 때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 헛갈릴 때이런 주제들은 제가 요즘 고민하는 것들과 맞닿아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인형의 집>의 노라의 선택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늪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기 쉬운 것이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만남을 그저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단 하나의 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 되돌아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많은 책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활자중독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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