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모리 에토의 <다시 만나다> 저 역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이후로 다시 만나게 된 작가네요. 책에서 시간의 흐름은 사람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표현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독자와 작가 역시 그러한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마냥 모래알처럼 흩어져가기만 하는 것만 같았던 시간이 그래도 나름의 흔적을 조금은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고, 거기다 단편은 더욱 어려워하는 편입니다. 왠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 혹은 말 줄임표가 가득한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전작을 읽을 때보다는 그 여운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여섯 편의 단편 중 왠지 다시 만나다 라는 표제와 잘 어울리는 것만 같은 마마도 그러하죠. 가족이기에 슬픔의 결 중에서 텅 비는 슬픔을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짧아야 할 시간의 공백이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짧은 글이기에 더욱 밀도있게 느껴졌던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그 짧은 찰나에 ‘1억 총 평상심을 원하는 일본의 내면을 들여다본 기분도 들었고요. 이런 느낌이 맞을지 몰라도 검도 대련을 보는 느낌도 들었어요. ‘푸른 하늘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잠시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후에 재회하기를 바라게 되네요. 하지만 저와 작가 모리 에토가 다시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은 짧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이야기 다시 만나다의 마무리처럼 말이죠. “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나리키요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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