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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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치매의 영어 표현인 ‘dementia’의 어원을 알게 되었는데요. 정신을 뜻하는 ‘mens’에 떨어져나가다에 분리되거나 감소하는 뜻의 ‘de’를 붙인 것이었어요. 그래서 문득 치매는 어떤 한자어인지 살펴보다 조금은 당황하고 실망했었는데요. 아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이미지가 어쩌면 저 역시 그 일부일 뿐이겠지만 딱 그 한자어의 풀이인 어리석고 어리석어지는 병이라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은 남의 것처럼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자의 치매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치매에 대해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네요. 치매를 앓게 된 환자나 그 보호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번에 읽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도 참 좋아요. 58세에 알츠하이머,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웬디 미첼과 작가 아나 와튼이 함께 쓴 책인데요. 치매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거든요. 예전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인데, 우리가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편견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매체에서 너무나 극단적인 모습만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아서일까요? 치매라는 병은 상당히 서서히 진행되고, 나아가서 치매라는 병을 너무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과정을 각자의 방법으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녀의 삶처럼 치매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 역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갈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런던올림픽에도 자부심을 들어냈던 영국의 국가의료체제 NHS에서 의료지원 팀장으로 일했던 그녀는 자신이 잃어가는 것들, 그 과정을 이렇게 책으로 남겼습니다. 책의 표지처럼 서서히 기억이 사라져가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상태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고, 또 치매라는 병을 더 잘 알기 위해 공부하고, 사람들과 그 것을 나누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왜인지 몰라도, 치매하면 침대에 누워 있는 분들을 많이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찾아온 치매와 함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감탄스럽더군요. 물론 치매는 두려운 병입니다. 그녀가 아침마다 자신이 어떤 나일지 생각하며, 그래도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는 것을 보며, 과연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치매에 대한 제 생각이 많이 변했고, 사회의 시선도 마땅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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