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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평점 :
"우리는뉴스가 없는 상태에서 뉴스를 만들어 냈어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말입니다" (190p)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 그저 그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소설이 된 작품이네요.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몰라도, 어떤 전집을 샀을 때 <바우돌리노>를 받았었던 거 같아요. 어렵지만 재미있었던 책, 그래서 이어서 <장미의 이름>을 읽고,에코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물론 그의 에세이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그 이유는 그래도 내용이 쉽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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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는 시대적 배경이 현대이고, 저 역시 요즘 시대의 문제로 생각하고있었던 언론의 역기능에 대한 이야기라 더욱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죠. 모든 것의 시작이 될 수 있는 ‘0’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이될 수 있는 ‘0’이니까요. ‘내일’이라는 뜻을 가진 ‘도마니’라는신문의 창간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게 된 콜론나와 도마니에 고용된 여섯 명의 기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부터가 더 좋은 ‘내일’을위해 살아가지만, 우리가 꿈꾸는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기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명확한주제의식 속에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무솔리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아닌 그저 대중을 자극하고 권력자들을견제하기 위한 이슈를 만들려던 기자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을 더해나갑니다.
사실 창간되려던 도마니라는 신문 자체가 그런 작업이었는데요. 자금을대주던 사람 역시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려는 용도로 이 신문을 사용하거든요.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그저씁쓸한 마음만 들었어요. 저 역시 어느 신문에 보도되었다고 하면, 신빙성있게 생각하곤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이 숨겨놓은 행간을 읽어내고, 그들이 보라는 곳을 보는 것이아니라, 그들이 그 곳을 보라고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하리라고 말이죠.그냥 그래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니더욱 그 위험성이 느껴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