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대통령의 위트 - 조지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까지: 1789~2000, 미국 대통령들의 재기 넘치는 명코멘트와 일화
밥 돌 지음, 김병찬 옮김 / 아테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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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직업이 같지만 유머 감각이 없다면 누구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해리 트루먼(33대 대통령)

헐리우드 영화를 보다 보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짧은 농담 한마디는 분위기를 빠르게 환기시키고,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여유를 갖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질 중에, 통치력backbone과 유머 감각funny bone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저 역시 공감이 갑니다.

미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 밥 돌은 <위대한 대통령의 위트>를 통하여 대통령을 위트와 유머라는 능력치로 총 8단계로 구분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제일 높은 경지에 이르다의 단계에 있는 대통령 4명 중, 링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가장 효율적이었던 최고의 지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낮은 농담거리 신세로 구분된 8명의 대통령 중에 3명은 백악관의 실패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유머라는 어쩌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준으로 대통령의 순위를 정리했는데, 이러한 유사점이 나온 것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네요.

경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그리고 사람들 생각엔 재미없었던 그들로 평가된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기억에 나요. 이상하게 저는 지미 카터의 자학개그가 좀 더 재미있었는데요. 지미 카터가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하여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니, 레이건은 “59분이 남을걸요라고 응수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바닥이라 손가락 욕에 익숙했던 카터였을까요? 한 행사에서 큰 박수로 환영을 받자 "정말 사람들이 저에게 다섯 손가락 모두를 흔드는 것을 보게 돼서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는 것을 보니, 성과 1분에 유머 59분으로 충분히 60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최악의 유머감각이다 못해 웃음거리가 된 대통령들의 이야기는 좀 안타깝기도 했어요. 제임스 뷰캐넌의 경우에는 존 셔먼 상원의원에게 헌법은 모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정신적 공백은 해당 사항이 아닌데요라는 평을 받았다고 해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아야 했을까 찾아보니, 노예제도 때문에 반목하던 상황에서 애매한 행보로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한 몫하고, 또 다음 대통령이 바로 링컨이었기에 더욱 비교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겠더군요. 왜인지 몰라도 번역이 조금 아쉬웠던 것 빼고는, 미국 대통령의 유머감각과 더불어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리고 풍부한 주석으로 상식도 더해나갈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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