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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주 가는 길 - 사진가 김홍희의 다시 찾은 암자
김홍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김홍희의 <상무주가는 길>,
처음에는 암자가는 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상무주일까? 책을 읽다가 함양 지리산에 자리잡은 상무주가 등장하자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빛과 스님 그리고 사진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고 나니, 어쩌면
저자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역광 뒤로 숨어있던 이야기까지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이 책에 담고 있는 진심을 더욱 밀도있게 느껴지게 하더군요.
김홍희는 2008년 일본 니콘의 ‘세계
사진가 20인’에 선정된 사진 작가이기도 한데요. 그가 사진 작업에 참여한 책을 보니 ‘만행’, ‘인도기행’과 같이 저의 집에 있는 책도 참 많더군요. 미처 몰랐지만 오래된 인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네요. 읽는
책과 보는 책 사이에 조화로움을 추구했다는 설명이 헛되지 않게 참 좋은 사진과 글을 만날 수 있기도 했고요. 흑백사진이라
그럴까요? 산사와 그를 둘러싼 자연의 질감이 더욱 잘 느껴지고, 그
곳에 켜켜이 쌓인 시간이 사진 속에서 흘러나오는 듯 하더군요.

암자에 가는 길은 참 만만치 않습니다. 하동 지리산의 상선암은 숲
사이로 난 외길을 40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요. 그 곳에서
그는 고요함이 주는 두려움까지 느끼기도 하죠. 그리고 여러 번 찾아간 고창 선운사의 도솔암 역시 구슬땀을
흘리며 걸어야 하는 곳이고요. 그래서일까요?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 않는 경주 남산의 칠불암에서는 서산 너머로 지는 햇빛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사진에 남아낼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죠. 사진을 보면 너무나 궁금하지만 걷는 것을 싫어하는 제가 과연 이 책에 소개된 암자에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생깁니다. 이럴 때 불일암 암주셨던 법정스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저기 대나무 숲 입구가 참 마음에 듭니다"라던 피천득 선생에게 "가지고 가시라”라고 답했던 법정스님, 어쩌면 이 책은 저에게 암자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길일 수도 있겠어요.
또 기억에 남는 곳은 해인사 원당암입니다. 눈과 어우러지는 암자의
풍경이라 그러했고요. 그 곳에서 불교 공부를 오래한 지인이 마음공부를 스마트폰에 비유하여 설명해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우리의 마음은 켜져 있지 않은 스마트폰과 같을수 있다는 것, 그 것을 켜고 어떠한 앱을 실행하면서 거기에 집중하여 그 앱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인데요. 마음공부까지는 못 해내도,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때, 떠올리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좋은 사진과 좋은 글이 정말 잘 어우러져
있어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