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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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건축가인 임형남과 노은주가 만난 골목의 풍경, 그리고 골목이 품고 있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 <골목 인문학>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담겨 있는 것이 더욱 그 멋을 더하는데, 그래서인지 아직도 가끔은 꿈에서 보는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절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서 친구네 집으로 향하던 그 길을 여전히 뛰어다니고 있을 때도 많고, 함께 가지고 놀려고 주머니에 넣어둔 공깃돌의 묵직함까지도 그저 행복함으로 다가오곤 하죠.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이기에, 지금은 사라졌을 골목길이죠. 하지만 제 추억 속에는 영원할 것이니 다행스럽기까지 하네요.

왠지 왠지 큰 길의 풍경은 지나가는 느낌이지만, 골목길의 풍경은 추억이 어려있는 느낌을 주곤 해요. 책의 표현 그대로 생활이 가득 찬 거리이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 있는 골목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저도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가면, 화려한 관광지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골목길에 시선을 두곤 해요. 그래서 책에서 소개된 길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네요. 특히나 생활의 어수선함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궁금해하는 일본의 풍경에는 너무나 공감하네요. 저 역시 나중에 홍콩에서 길을 걸을 때, 일본과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느낌 때문에 나름대로는 이렇게까지 다른 풍경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오래 묵은 시간/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백 년쯤 뒤에/다시 찾아와도 반갑게/맞아줄 것 같은 집/세상 사람들/너무 알까 겁난다

나태주 시인이 잠자리가 놀다 간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남겼다는 이 시를 이 책에 소개된 공간에 더해주고 싶네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꾸면서 변해가는 골목이 아닌, 국가에서 도시 재정비라는 이름으로 변화시키는 골목은 확실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이상할 정도로 어딜가도 비슷비슷한 풍경으로 채워지니까 말이죠. 백 년은 아니라도, 십 년쯤 뒤에 다시 찾아가도 여전히 그 정취가 살아있는 공간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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