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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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를 그렇게까지 즐겨 읽지 않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학창시절의 문학수업시간이 생각납니다. 시가 갖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에 빠지기 전에 암기과목처럼 그 풀이를 외워야 했었으니 말이죠. 이번에 김원의 아름다운 사진과 황경신의 글이 어우러진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를 보다 보니 문득 그 시절에 친구들과 즐겨 읽던 시와 그 공간이 떠오릅니다. 교정과 연결되어 있던 나지막한 동산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시를 읽던 시간이요. 생각해보면 시는 교실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요. 수업시간에 문학이 있어서, 시를 배워야 한다면, 이렇게 감각적인 사진들을 더해놓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시를 읽는 맛과 멋이 확실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잘 몰랐던 문화잡지 ‘PAPER’에 연재되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영혼을 위로하는 시라고 하여 영혼시라고 불렸다고 해요. 처음에는 영혼시?’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읽다 보니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희미하게나마 느껴지더군요. 툭툭 과거의 내가 떠오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 때 느꼈던 감성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제가 그 잡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통상적으로 책보다 잡지가 큰 편이니까, 만약 큰 판형으로 이 사진과 시를 봤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질 정도네요. 그만큼 저에게는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낡고 빛 바랬지만, 오래된 이야기가 가진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도 예전의 일기를 다시 꺼내보면, 손발이 다 사라질 것 같은 낯뜨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그 시절의 내가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거든요. 시와 사진을 보다 보면 잊혀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그 시절의 내가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조각으로 존재하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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