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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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그 틀에 가두는 역할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 과정을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주임교수를 담당하고 있는 장한업의 <차별의 언어>를 읽으면서, 언어가 갖고 있는 역기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저는 다문화가정’, ‘단일민족그리고 우리라는 단어에 갇혀버린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얼마 전에 임진왜란 때 조선에 투항하여 왜군과 맞선 일본인인 항왜의 대표적인 인물인 사야가를 역사에 녹여낸 팩션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 소설에서도 사야가가 어쩌면 한국인일 수도 있다는 출생의 비밀을 슬쩍 끼워놓기도 했어요. 그 때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 역시 단일민족의 신화에서 나오는 자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전에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 설화에 처용이 아랍인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데, 저 역시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큰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이는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9세기 페르시아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지바와 10세기 역사학자 알 마수디 역시 신라에 많은 아랍인들이 살고 있었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하네요. 심지어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시기 역시 1933년 이광수의 조선 민족론’, 그리고 대단히 단일한 민족으로 기록했다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뿌리깊은 믿음이 퍼져있는지 모르겠네요.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우리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라는 틀 안과 밖의 경계를 긋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밀어내고, 심지어 차별하는 상황이 말이죠. 심지어 그 우리는 개인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뻗어나가기도 하죠. 생각해보면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아니죠. 이것뿐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언어 속에 은연중에 숨어있던 제 생각 그리고 그 것을 듣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차별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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