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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도리스 레싱의 단편선 <19호실로 가다>에는 20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19호실로 가다>에 11편이 수록되어 있었고,
이번에 나온 <사랑하는 습관>에 9편이 수록되어 완성이 되었지요. 저는 2권을 다 읽어보았는데, 참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섬세한 감정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도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표제작인 ‘사랑하는 습관’ 사실
사랑이라는 단어에 붙지 않기를 바라는 단어 중에 하나가 바로 습관이 아닐까 해요. 사랑이 습관이 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너무나 안타까운 느낌이 들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있죠. 바로 조지입니다. 그는 자신을
간병해주는 여인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는데요. 그의 삶에 잠시 겹쳐지면서, 저는 뜬금없지만 그 역시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제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생각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었네요.
그리고 제리라는 소년의 성장을 함께할 수 있는 ‘동굴을 지나서’라는 소설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그 시기에 필요한 성장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던 소년을 응원하고, 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 하나하나에 감탄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가 이뤄낸 성취에 함께 감동하다, 문득 그가 툭 돌아섰을
때, 처음에는 ‘어?’하며
저 역시 멈춰서게 되었어요.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제리가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스스로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삶의 중심에 섰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정말 감각적인 묘사가 아름다웠지만, 정말 어려웠던 소설 ‘와인’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단편을 만날 수 있었던 책입니다. 이렇게 도리스 레싱의 단편선이 마무리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20편의
단편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져요. 이처럼 잘 쓰여진 단편은 생각할거리를 정말
많이 던져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