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왜 우리한테 문신을 새기나요?” “정원엔 나비가 있어야 하니까.”

"진짜예요. 필요한 만큼 진짜."

“유효기간이라도 있다는 거야? 스물한 살?”

정원사는 아름다움을 낚아챌 수 있을 때 낚아채야 했어요

닷 허치슨의 <나비 정원>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남았던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을 쭉 나열해보니, 어떻게 배열해도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공간인 나비 정원을 배경으로 한 하나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나비 정원은 파괴된 채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말이죠. 도심에 자리잡은 저택에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정원이 있습니다. 무릉도원이라고 해도 될까요? 향기로운 꽃과 나무로 아름답게 가꿔진 그 정원에는 당연히 나비들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비로 살아가기를 강요 받은 소녀들도 살아가고 있지요 폭파사고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정원에서 발견된 소녀들의 등에는 정교한 나비 문신이 있었습니다. 실종되었었던 소녀들은 웬일인지 입을 열지 않습니다. 리더처럼 보이는 마야라 불리는 소녀와 인터뷰하는 FBI 요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마야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사실 마야라 불리고 싶은 소녀가 벌이는 심리게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정원사라는 존재에 빠져들었습니다. 물론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궁금해지는 인물이기는 합니다. 타자의 눈으로 보여지는 정원사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 자체가 듣고 싶었거든요. 사회적 지위와 부를 움켜쥐고 겉으로는 자상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그가 가꾸는 곳이 나비정원이라니요. 심지어 나비가 된 소녀들이 나이가 들면 자신이 가꾸었다고 믿는 나비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극한의 수단까지 사용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정원에 어떻게 보면 포식자처럼 군림하는 존재일 수 있는 자신의 두 아들까지 풀어놓죠. 하지만 실상은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며,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비틀린 정원의 규칙에 맞춰서 살아가는데요. 어쩌면 정원사를 자처한 그는 자신을 절대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분명 마야라고 불리고 싶은 소녀가 주인공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정원사를 어떠한 배우가 하게 될지에 따라서 작품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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