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
브렌트 스타펠캄프 지음, 남종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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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새로운 개념이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세실의 전설>을 읽으며, ‘트로피 사냥꾼(trophy hunter)’을 알게 된 것이 전혀 기껍지 않네요.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허가증을 포함한 패키지를 구입한 일부 부유한 사람들이 아프리카의 대형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그 것을 SNS 등을 과시하는 그 행태에 참 할 말을 잃게 된다고 할까요? 야생의 기분을 느끼며 꼭 다른 생명을 죽이고, 더 큰 기록을 세워야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바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황게 국립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자였던 세실의 죽음이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검은 갈기를 갖고 있던 세실, 그리고 빛나는 황금빛 갈기를 갖고 있던 제리코, 그들은 함께 초원을 지배하며 공존을 통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들의 삶에 나타난 트로피 사냥꾼 월터 파머는 세실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사자라는 것, 그 것이 얼마나 많은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만 계산할 수 있었나 봐요. 하지만 그는 세실의 목에 황게 국립 공원에서 붙여놓은 GPS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줄행랑을 쳤는데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큰 액수의 기부금이 들어오고, 아프리카 사자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조치가 취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실이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봤던 제리코의 머리에서 그 기억이 사라질 수 도 없고요. 제리코는 세실이 남긴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고 하는데, 후에 제리코가 그들을 돌봐주다 자연사한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때 제리코에게 대한 말이 기억에 남더군요. 충분히 사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살아갔던 세실과 제리코인데, 그들에게 주어졌던 그리고 인간이 제공했던 장애물들이 얼마나 많았던지요.  

인간들이 쳐놓은 철제 덫과 사자들의 무수한 영역 싸움, 불법 트로피 사냥꾼들 속에서 투쟁하며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위엄을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최고의 사자였다

물론 제가 세실과 제리코를 많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황게 국립공원에서 사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렌트 스타펠캄프의 <세실의 전설>은 사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론 당연히 인간과의 공존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실천 역시 담아내고 있고요. 저 역시 사자를 직접 본 것은 동물원이었고,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나 겨우 야생 속의 사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고, 사자에 대한 애정이 넘치던지, 머릿속에서 야생 다큐멘터리가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사진과 사자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 역시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네요. 세실과의 뜻밖의 이별만 아니었다면, 정말 행복한 독서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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