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다나카 이치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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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세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성보다 신의 뜻이 먼저였던 시대, 그래서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중세를 지배하던 종교에서는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믿고 있었고,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는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도 지동설에 대한 다양한 근거가 발견되고 있었으니,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죠. 그런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오랜 시간 동안 펼쳐진 종교재판을 받고, 혼자 중얼거렸다는 이 말은 종교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의 전환점 중에 하나라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관한 일본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학자인 다나카 이치로의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그 동안 갖고 있던 종교재판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의 눈으로 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시대에서는 나름대로 어떠한 체계와 근거를 갖추려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재판에 대한 서류를 비롯하여 판결문, 재판 기록 같은 것들을 남겼고, 이를 근거로 한 저서도 나온 적이 있다고 해요.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통해 종교의 허점을 드러내려던 나폴레옹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소실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과학자이죠. 인류 문명 발전에 있어 큰 공헌을 한 과학자입니다. 저는 어쩌며 가장 기본적인 그 사실을 약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가 했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는 말은 사실 안 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재판 내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투쟁했다기 보다는 상당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과학자로서의 그의 성취와 인간으로서의 그의 모습은 당연히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역사가 그에게 투영한 이미지가 너무 과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갈릴레오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보이더라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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