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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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의 <인생 우화>의 배경이 되는 헤움은 천사의 실수로 만들어진 마을이죠. 세상의 바보들이 모두 한 마을에 모여서 살아가게 되는데요. 그들의 일상은 느리지만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해요. 물론 이런 저런 사건들이 벌어지기는 하죠. 언제나처럼 장마가 이어지지만 강둑이 무너져서 홍수로 이어지게 되자, 헤움 사람들은 모여서 회의를 하죠. 그들은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축복받은 환경으로 이야기하자며, 위기를 아주 쉽게 극복하는데요. 이를 보면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간절히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더군요. 헤움의 크고 작은 일을 가장 먼저 알고 모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회당 지기에게 벌어진 위기에 대처하는 이야기는 어찌나 우리 사회와 닮았던지요. 일단 문제를 바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이념과 철학으로 싸우는 모습이 말이죠.  

처음에는 바보들의 마을 헤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점점 내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남의 이야기 같지도 않은 느낌은 무엇일까요? 심지어 부록인 어처구니없는 세상에서 헤움 식으로 살아가기를 읽다 보면, 그들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까지 들고 말이죠. 물 나르는 남자 알레프가 등장하는 신붓감에 대한 시각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다 좋았지만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는 신붓감, 하지만 몇 년 후에 그렇게 될 여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으니 좋지 않냐는 중매쟁이의 조언은 조금 이상하지만요. 그 부인을 세상 최고의 보물로 여기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간 알레프를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갖고 투정만 부리는 것보다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 의문들을 갖고 책을 읽다보니, 그 답이 바로 작가의 말에 있더군요.

모든 인간은 우화적 세계 속에 태어나며, 따라서 우화적 세계 속에서 사유한다. 그런 만큼 어떤 시대를 지배하는 우화 구조를 이해하면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 라퐁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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