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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이용한 영화나 소설이 계속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는데요. 이번에 읽은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타임루프 물입니다.
해리는 태어난 날과 장소 역시 그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게,
1919년 1월1일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나는데요. 그와 같은 운명을 가진 사람들, 즉 필멸의 인간에 대척 점에 서있는
그들을 우로보란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매번 반복되는 출생 그리고 같은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해리는 자살을 선택한 적도 있고, 자신의 운명을 누설했다가 불행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러다 그들의 운명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크로노스 클럽을 통해서 조금은 안정된 삶을 반복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탐닉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지쳐가고 있다고 할까요? 그렇게 열한 번째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해리에게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천 년 후 미래에서 그에게로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던 소녀를 보며 해리의 기력이 떨어져 끝까지 할 수 없었던 말 “왜 그게 중요하지”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같은 운명을 갖고 있다면, 그랬을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다시 반복된 생에서 자신에게 전해진 메시지를 단초로 삼아 탐구를 시작하는 것까지 공감이 가기도 하고요. 주인공에게 몰입이 잘 되어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세계 3대 SF문학상 중에 하나이자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알고 있는 좀 캠벨
기념상의 수상작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더군요. 미래를 조작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자 하는 크로노스
클럽과 반대의 입장에 선 빈센트 랜키스와의 대립 역시 흥미로웠고요. 엑스맨에서 프로페서엑스와 매그니토처럼
그들의 입장차이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고요. 해리가 마지막 선택을 하고, 빈센트에게 건네던 말 “우리는 신이 되지 않을 거야, 자네도 나도.”라는 말이 뻔한 결말처럼 다가오지 않는 이유 역시
거기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