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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평점 :
“나는 걸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에
나오는 글귀는 매년 내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지곤 한다. 다이어리를 바꿀 때마다 나름 고르고 골라서 새로운
다이어리에 글을 적기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글이 더해질 것 같다. 바로 그의 방랑기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동양방랑>의 “또다시
인간이 한없이 재미있어졌다”이다.
일본에서 청춘의 구루로 불리는 후지와라 신야지만 그 역시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마냥 자유로울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에 무감각해지는 느낌이 강해질
때, 그는 다시 방랑을 떠났다. 터키에서 일본까지 아시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으며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끔
나는 시야가 넓지 않다고 생각하곤 한다. 소리에는 나름 민감해서 어떤 소리를 듣다 보면 여행의 추억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사진으로는 가봤던 곳이다라는 정도의 감상만 반복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느낀 것은,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내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방랑을 선택했던 후지와라 신야가 부럽기도 했다. 나에게는 되살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은 80년대이다. 하지만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 그 풍경의 조각이 모여있는 도시는 여전히 그 곳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도리어 그리움이라고 할까? 아련함이라고
할까? 반가움이라고 할까? 아니다. 그 모든 것을 합친 감각일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파편화 되어버린
지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그 곳에 있었다.